넋두리(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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祭酒迂言 庚子年 새해 아침에
祭酒迂言 庚子年 새해 아침에 후회 없는 삶을 살지 말라고 뉘는 말하지만 중생치고 뭐 그렇게 삶 살다가는 이 있던가. 廓然空寂無一物이라지만 우째거나 한세상 사는 삶은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야. 瞿曇도 그랬던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하긴 그래. 돌아보니. 異..
2020.01.02 -
주마산 한천사에서
주마산 한천사에서 깊은 골 그네 타던 소쩍새 울음소리 키 작은 산으로 내려와 바람도 멈추어버린 바위 같은 고요에 침묵의 늪에 빠졌다. 회색빛 운무가 모두 삼켜버린 주마산 기슭의 한천사 빈 마당에 석탑 하나 댕 그렁하다. 지나온 그 긴 忍苦의 세월 風霜을 견뎌낸 잎새 떨군 고목도 ..
2019.10.22 -
옛님의 숨결 따라
옛님의 숨결 따라 身如聚沫이요 心如風이라 머무를 곳 어디 하나 있으리오마는 물길 따라 바람길 따라 찾아가는 옛님의 흔적들 人生이야, 예나 지금이나 발품 파며, 눈팔매 짓 하다 가는 如是來 如是去 아니던가. 千年의 歲月 온갖 風霜 맞아가며 허물어진 옛터에 올연(兀然)한 저 기상(禨..
2019.10.19 -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강물처럼
스쳐 가는 바람처럼 흘러가는 강물처럼 인생이란 如是來 如是去인데 어디에도 무엇하나도 매달리고 머물 필요가 있나요. 왜 사느냐고, 왜 살아야 하느냐고 허무의 늪에 빠져 방황하지 마세요 그래도, 그래도 하고 喜悲의 쌍곡선이 팥죽을 끓이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肉身은 泡沫이요 마..
2019.09.02 -
가신 님 그날에
가신 님 그날에 온몸에 남은 마지막 기력 두 눈에 담아 말없이 지긋이 내려다보셨던 그 눈망울 세월이 가고 또 가도 잊혀지지 않은 예전엔 몰라서요. 그것이 사랑인 줄은. 세월이 흘러 또 흘러도 가신 날 기리는 날 왜 이리 새록새록 눈 아릴 줄을 2019년, 음력 칠월 칠석 그다음 날에.
2019.08.08 -
분황사 보리밭
분황사 보리밭 옛님의 향기 따라 찾아간 천년 고찰 분황사 찌푸린 날씨에도 헤집고 나온 햇살이 담장에 내려앉는다. 허물어진 옛터에 채 아물지 못한 세월이 할퀴고 간 푸르다 못해 얼룩진 생채기들 행여 드러날까? 半身의 몸으로 올연히 홀로 버티는 분황사 모전탑이 되레 안쓰럽다. 옛..
201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