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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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사색
밤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설국(雪國)처럼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다. 어제는 재활용하는 날이라 지저분한 잡동사니들이 아파트 앞에 잔뜩 쌓여 있었는데 흰 눈이 모든 것을 덮어 새하얀 세상이 되었다. 거짓과 위선이, 더럽고 추악함이 집단과 열성팬 조직 현상으로 편중된 군중심리와 힘에 원리에 가려져 선악시비(善惡是非)의 기준이 모호해진 작금의 우리 사회를 맑고 바르고 깨끗하게 덮어 정화(淨化)시켜 줄 그런 하얀 눈이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우리는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살이에기회주의자가 되어 세상의 맑은소리에 귀를 막고 살고 있지 않은가?「짐이 곧 국가다.」이 말은 프랑스 왕국의 루이 14세가 1655년 4월 13일 프랑스 고등법원을 굴복시키기 위해 법원..
2024.11.29 -
순연(順緣)하는 마음
어느 외국인이 안내인에게 ‘thank your for your kindness, goodbye’를 한국어로 말해 달라고 했더니 농기(弄氣) 어린 어느 안내인이 ‘안녕, 친절한 x 새끼들아’라고 했다. 관광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그 외국인은 친절하게 보살펴 준 전송나온 사람들에게 감사드리는 말을 했다. ‘안녕, 친절한 x 새끼들아.’ 장미를 할미꽃이라 부를 수 있고 할미꽃을 장미라 부를 수 있지만 장미를 어떻게 부르던 장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말과 글은 드러난 것만 보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고 거짓이 진실이 될 수도 있다. 보고 듣는 자도 그렇고 말하는 자도 그렇다. 빈 마음으로 보고 들어야 한다. 그것이 옛 선사들이 말하는 무위(無爲)의 삶이다. 무위(無爲)의 삶을 즐기려면 순연(順緣)하는 마음을..
2023.03.29 -
세상사 여여한데
수박은 둥글고 가지는 길쭉하니 둥근 것과 길쭉함 호오(好惡)를 가릴 수 없고. 대나무는 속이 비어도 곧게 뻗고 바위 위의 솔은 굽어도 독야청청하다. 어찌 곧음과 굽음의 시비를 논할 수 있으랴 세상사 물러나 잠시 돌아본다면 그렇고 그러함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 아니던가 시비선악 내려놓고 호(好)불호(不好)도 내려놓고 여여(如如)하게 한 세상 살다가면 족하지 아니하랴
2023.03.05 -
사리불의 전생담을 보면서 / 확증편향과 지식에 대하여
현대 문명의 바로미터(barometer)는 지식 수준에 비례한다고 한다. 오늘날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문명시대를 보면 새로운 지식이 요구 되고 이를 갖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부와 입신출세를 열망하는 치열한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다양한 지식을 가지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고, 승자가 되지 못하면 출세도, 돈도, 명예도 모두 잃어버린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갈망은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자(勝者)가 되면 패자(敗者)에 대한 우월감이나 자만심, 자기 성취감에 취해 이를 행복의 위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관점은 이와 반대로 지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은 물질적 풍요로 얻는 승자(勝子)가..
2023.01.14 -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다(天地與我同根)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다(天地與我同根) 어느 유명 정치인이 산행을 나갔다. 모자를 쓰고 검정 마스크까지 하고 나갔는데 산행 들머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인사를 하고 환호를 올린다. 내가 참 유명한 사람이구나 하고 우쭐해진 기분으로 답례를 하고 산을 올랐다. 그런데 산머리 중턱쯤에서 바위에 걸터앉은 걸승 같은 차림새의 노인을 만났다. 마스크를 벗고 인기척을 내었는데도 힐끗 쳐다보고는 말이 없다. 들머리에서는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렸는데도 모두들 자기를 알아보고 환호를 했는데 이 결승 같은 노인은 완전 모르세다. 정치인은 하찮은 노인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기분이 상해 물었다. “나 누구인지 모르겠소?” 그러자 노인이 답했다. “사람이네” 전혀 예기치 못한 소리에 황당해진 정치인은 은근히 화가나 질책했..
2022.10.26 -
와 웃능교?
와 웃능교? 짧은 인생에 긴 하루라 넉두리에 푸념하다 어느새 望八도 넘어가고 또 한해를 맞았구나. 돌아보니 七十餘年遊幻海라 何處有一物일까? 길 위에서 길을 물으니 瞿曇이 웃고 毘盧가 웃고 慈氏가 웃는다. 와 웃능교?
202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