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보리밭

2019. 8. 7. 07:17넋두리

분황사 보리밭

 

옛님의 향기 따라 찾아간

천년 고찰 분황사

찌푸린 날씨에도

헤집고 나온 햇살이 담장에 내려앉는다.

 

허물어진 옛터에

채 아물지 못한

세월이 할퀴고 간

푸르다 못해 얼룩진 생채기들

 

행여 드러날까?

半身의 몸으로


올연히 홀로 버티는

분황사 모전탑이 되레 안쓰럽다.

 

옛님의 사자후는

감실 속에 갇혔는지

냉랭한 빈 울림만 있고

포효하던 사자도

두 눈 부릅뜬 사천왕도

세월의 이끼는 이길 수 없나 보다.

 

땅거미를 타고 들려오는

분황사 종소리 귓전을 적시는 데

세월이 묻어버린 분황사 앞 들녘에는

하늘하늘 나부끼며 무심한 청보리만

새록새록 익어간다.

 

가는 세월 따로 있고

오는 세월 따로 있는 것이라고

같은 세상사

마음 쓸 일 없다고

 

천릿길 머나먼 길

님 향기 찾아간 나그네

멍들은 수심을 달래는 듯

푸른 보리밭 고랑 헤집고 가는 바람이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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