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과 수상록(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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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소고(無常小考) 5-4 무상한 삶 속에서 찾아가는 삶의 길
우리가 인생이란 허망하고 무상(無常)하다고 느끼는 근본 원인은 에 집착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라는 이 몸은 지대(地大), 수대(水大), 화대(火大), 풍대(風大)의 4가지 원소가 임시로 화합하여 이루진 것이다. 그런데 이 4가지 원소가 각각 따로 있는 것이어서 본래 주체가 없다 (四大無元主). 이 몸의 주체가 없는데 무슨 무상(無常)이란 병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허망하고 무상함 때문에 번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구마라집은 그 원인을 이렇게 말한다.「병의 일어나는 데는 2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과거의 나에 집착하였기에 널리 업을 짓게 되고, 그 업의 과(果)가 성숙하여서 고(苦)를 받는다. 또 하나는 현재의 나에 집착하여서 마음의 번뇌가 있으므로 병이 더해지는 것이다...
2024.12.27 -
무상소고(無常小考) 5-3 무상(無常)을 아는 자 부처를 보리라.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촉감으로, 냄새로 구별하는 일체의 차별 상으로 존재하는 현상세계의 모습들은 마음(心)의 분별 작용에서 나타난 식(識)의 모습일 뿐이다.유식(唯識)의 말을 빌리자면 『만법유식(萬法唯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그러므로 경(經)에 이르기를“모든 법은 허깨비[幻], 아지랑이, 물에 비친 달, 꿈, 그림자, 메아리 등과 같고, 옴도 없고 감도 없고, 생김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공(空)이고 무상(無相)이며 무원(無願)이니, 드러나되 취할 만한 것도 없고 장애(障礙)도 없다는 것을 믿고 이해하라.”(觀察諸法行經)라고 했다. 부처님은 일찍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요, 제법무아(諸法無我)라」 라고 말씀하셨다.모든 것은 찰나에 변하고 잠시도 머물지 않으며 모든 것은 영원한 실..
2024.12.23 -
무상소고(無常小考) 5-2. 욕망의 실체와 심리적 변화
인간의 근본 욕망을 대별한다면 재물욕(財物慾), 색욕(色慾),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慾), 명예욕(名譽慾)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이를 오욕(五欲)이라고 명명했다. 나이가 들면 이에 더 나아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또한 몰아친다. 이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느끼게 되는 욕망이요 고통이다. 그런데 이런 욕망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음속에 환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환영을 부처님은 무지(無智)에서 온다고 한다. 무상(無常)한, 무아(無我)인 이 몸을 영원한 존재로 여기고, 인연(因緣)이 있으면 생하고 인연이 멸하면 사라지는 무상한 만유(萬有)의 실체를 알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오욕의 번뇌가 생기고, 욕망이 생긴다는 것이다. ..
2024.12.22 -
무상소고(無常小考) 5-1. 무상한 인생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이 그 뒤를 잇는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열흘 가는 꽃도 없지만, 아침에 핀 꽃잎이 저녁에 시들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절 인연이 변하여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이고, 찬 서리에 온 잎이 다지고 삭풍이 몰아쳐 천지 만물이 얼어붙는다고 해서 대자연의 생명에 끝장이 나는 것도 아니다. 봄이 오면 다시 얼었던 땅이 녹고 메마른 가지에서는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가?그러기에 금년에 피어난 꽃은 과거의 무한한 봄을 두고 피어났던 그 꽃이요, 우리 눈앞에 있는 저렇게 어여쁘게 물든 단풍잎은 미래의 무량겁에 걸쳐 나타날 영원한 모습이다. 따라서 겨울이 왔다고 슬퍼할 것도 아니며, 봄이 왔다고 해서 기뻐할 것도 아니다.어찌 자연만이 그렇겠는가? 오늘 따스한 햇볕 아래 ..
2024.12.21 -
밀라레파(Milarepa) 의 금언(金言)
진리가 나 자신과 부조화하면경전을 암기한들 무엇하리오. 세간 일체 목표를 포기 못 하면 교의를 명상한들 무엇하리오. 삼밀(三密)이 교리에 적응 못 하면의례를 거행한들 무엇하리오. 분노를 자비로 제거 못 하면인욕(忍辱)을 명상한들 무엇하리오. 편애와 호불호(好不好) 버리지 않고불보살 예배한들 무엇하리오. 가슴속에 이기심 남아있으면공양물 바쳐서 무엇하리오. 육도 중생을 부모로 알지 못하면성직(聖職)에 종사한들 무엇하리오. 사랑과 존경심이 본성 아니면스투파(탑)를 세운들 무엇하리오. 하루 사시 명상하는 기량 없으면불사를 일으킨들 무엇하리오. 심저(心底)에서 간절히 원치 않으면법회 날을 지켜서 무엇하리오. 교리를 귓속에 간직 못 하면고통을 견뎌서 무엇하리오. 산 성인을 따르면서 믿지 않으면유물(遺物) 초상(肖像..
2024.10.16 -
여보시게, 잠시 쉬었다 가세나.
여보시게, 인생 살아보니 어떻던가?온 곳도 알 수 없고, 가는 곳도 알 수 없는 바람과 같고모였다가 흩어지는 한 조각 뜬구름 같지 않든가?고작해야 하룻밤 묵었다가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나그네처럼 그리 살다가 가는 부질없는 삶이 우리네 인생인데 서두를 것도, 미련 둘 것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사(人間事) 모두가 모였다 흩어지는 한 조각 뜬구름 같다면 사랑도 미움도, 부귀영화도, 시비선악도 지나고 보니 모두가 다 부질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부질없은 그것들을 위해 무엇 때문에 아웅다웅하며 안달해가며 목을 매고, 살아야 할까. 여보시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부질없는 욕망으로 여행자처럼 살다 가고 싶은가?여행자는 뚜렷한 목적과 목적지를 갖고 길을 떠나는 자가 아닌가?.그러나 삶의 길에 ..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