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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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꽃처럼, 흘러가는 강물처럼
잠시도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처럼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허공에 쏘와 올린 화살처럼 인생을 그렇게 날아간다. 청운의 푸른 꿈은 아침 햇살에 걷히는 안개처럼 그렇게 사라지고산을 허물 듯한 청년 시절의 그 장대한 기개는잠깐 사이에 두더지가 파놓은 뒤뜰의 흙두덩이 조차옮기기도 힘겨워질 때 우리는 허무와 고독의 수렁에서인생의 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이팔청춘의 꽃다운 나이에 윤기가 넘치던그 검은 머리는 이른 봄날 산등성이에 녹다만 잔설마냥흰머리가 하나둘 늘어갈 때진실로 내 가슴에 몰아치는 이 허무와 고독 … 그러나 어찌하랴.나 홀로 걸어왔고, 나 홀로 가야 할 내 인생인 것을.곧은 허리는 굽어져 수양버들이 되어가고,갓 핀 깨꽃같이 분홍빛 윤기가 흐르던 고운 피부는어느새 쓰다 버린 헤어진 수세미처럼 변해 버렸..
2025.07.04 -
북망산이 부르는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봄이 오니 묵은 옛 가지 꽃은 피는데한번 간 인생은 돌아올 줄 모르네!북망산 가는 길 아직은 멀었다고허깨비 같은 이 몸 매달려 부귀공명 외쳐대지만세 치 혀 끊어지면 북망산이 바로 거기일세 양이 늑대가 되기 쉬워도늑대가 양이 되기는 어렵다고오욕의 단맛을 버리지 못해몇 생을 살았던고? 밤낮없이 애욕의 밭을 갈고음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종자를 얼마나 뿌렸던고. 그 긴 세월 동안. 허망한 마음 단맛에 매혹되어갔다가 와서는 다시 또 나아가니탐심과 애욕은 윤택해지고망상은 그 길 따라 가지가 무성해졌구나. 홀연히 돌아보니아침 이슬 같은 인생이요부평초 같은 인생 아니던가? 모여 쌓인 것 언젠가는 무너져 흩어지고높은 것은 반드시 추락(墜落)하는 것을몇 생을 살면서도 어찌하여 알지 못했던고 뒤를 봐도 허망하고 앞을 봐도 허..
2025.04.22 -
삶의 길
왜가리는 빈 강을 응시하고강변의 버들은 일없이 나부낀다. 봄날 아지랑이 같은 인생yes라고 말해야 하나,no라고 말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여보시게, 아시는가, 이 말. 어리석은 자는 늙어서 망령(妄靈)이 들고,현명한 자는 젊어서 망령(妄靈)이 든다는.
2025.04.12 -
봄날의 향연(2)
봄이 왔다.꽃이 웃는다.겨울 내내 꼭꼭 숨겨왔던분홍빛 연정꼭꼭 묶은 옷고름도 풀어 제치고꽃술의 속살까지 드러냈다. 붕붕 대는 벌나비들아어디에 숨어 있는고.강변의 철새들아 어디로 날아가려 하는고 해마다 피는 꽃 다를 게 없다고푸념 같은 소리 늘어놓지 말게나.오늘을 놓치면 내일은 없는 것내년에 다시 온들 오늘 같겠는가? 가는 봄 타령 말고 오는 봄 즐겨보게나.따스한 봄바람에 꽃향기 감미롭고.얼어붙었던 여울물 소리 감미롭지 않은가. 잔을 높이 들자. 축배를 들어야지.이 즐거운 봄날을 위해.
2025.04.07 -
봄날의 향연(1)
봄이 왔나 보다.百花의 웃음소리 경춘선 숲길을 메우고움츠렸던 강변의 새들날갯짓 분주하다. 추운 긴 밤이 힘들었나 보다.외로운 가지에 생기가 돌고축 처진 날개가 허공을 가른다. 봄이 오니 좋은가 보다.꽃은 소리 없이 노래하고날갯짓 멈춘 새들 신이나 강변에서 춤을 춘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꽃향기는 퍼져가고불러주는 이 없어도 강변은 새들의 축제장 봄바람은 꽃을 시기하지 아니하고강변은 새들을 가리지 않는다. 좋구나, 이 봄의 향연나도 즐겁고, 너도 즐겁고모두가 즐거운 소리 없는 이 축제가.
2025.04.07 -
나르소서, 푸른 저 하늘을 향해
나르소서,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펴고푸른 저 하늘을 향해.소적(燒炙) 대왕이 심술부려내 삶의 터전을 모두 할퀴어도먹구름 뒤 저 푸른 하늘은 앗아가지 못합니다. 화마(火魔)가 남긴 상흔(傷痕)끝없는 나락(奈落)의 터널 같지만터널은 길어도 출구는 있습니다.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믿음을 가지고 일어서야 합니다.지금의 슬픔과 괴로운 마음하루가 천년같이 느껴질지라도참고 기다리면 기쁨의 날 찾아옵니다. 돌아보세요. 당신의 이웃들이 옆에 있습니다.잊지 마세요.우리 모두가 당신과 한 마음이란 것을. 삶에는 낮도 있고 밤도 있습니다.지금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지만내일은 다시 아침 해가 떠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있지 않습니까?지금의 서라린 아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참고..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