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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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향연(2)
봄이 왔다.꽃이 웃는다.겨울 내내 꼭꼭 숨겨왔던분홍빛 연정꼭꼭 묶은 옷고름도 풀어 제치고꽃술의 속살까지 드러냈다. 붕붕 대는 벌나비들아어디에 숨어 있는고.강변의 철새들아 어디로 날아가려 하는고 해마다 피는 꽃 다를 게 없다고푸념 같은 소리 늘어놓지 말게나.오늘을 놓치면 내일은 없는 것내년에 다시 온들 오늘 같겠는가? 가는 봄 타령 말고 오는 봄 즐겨보게나.따스한 봄바람에 꽃향기 감미롭고.얼어붙었던 여울물 소리 감미롭지 않은가. 잔을 높이 들자. 축배를 들어야지.이 즐거운 봄날을 위해.
2025.04.07 -
봄날의 향연(1)
봄이 왔나 보다.百花의 웃음소리 경춘선 숲길을 메우고움츠렸던 강변의 새들날갯짓 분주하다. 추운 긴 밤이 힘들었나 보다.외로운 가지에 생기가 돌고축 처진 날개가 허공을 가른다. 봄이 오니 좋은가 보다.꽃은 소리 없이 노래하고날갯짓 멈춘 새들 신이나 강변에서 춤을 춘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꽃향기는 퍼져가고불러주는 이 없어도 강변은 새들의 축제장 봄바람은 꽃을 시기하지 아니하고강변은 새들을 가리지 않는다. 좋구나, 이 봄의 향연나도 즐겁고, 너도 즐겁고모두가 즐거운 소리 없는 이 축제가.
2025.04.07 -
나르소서, 푸른 저 하늘을 향해
나르소서,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펴고푸른 저 하늘을 향해.소적(燒炙) 대왕이 심술부려내 삶의 터전을 모두 할퀴어도먹구름 뒤 저 푸른 하늘은 앗아가지 못합니다. 화마(火魔)가 남긴 상흔(傷痕)끝없는 나락(奈落)의 터널 같지만터널은 길어도 출구는 있습니다.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믿음을 가지고 일어서야 합니다.지금의 슬픔과 괴로운 마음하루가 천년같이 느껴질지라도참고 기다리면 기쁨의 날 찾아옵니다. 돌아보세요. 당신의 이웃들이 옆에 있습니다.잊지 마세요.우리 모두가 당신과 한 마음이란 것을. 삶에는 낮도 있고 밤도 있습니다.지금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지만내일은 다시 아침 해가 떠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있지 않습니까?지금의 서라린 아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참고..
2025.03.31 -
황혼의 넋두리
황혼의 넋두리젊은이는 미래의 꿈속에 살고늙은이는 추억의 꿈속에 산다는 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더니칠십여 년 꿈속에 살다가 깨어나 보니그 말도 정녕 빈말이 아니었구나! 세상사 부질없는 줄내 익히 알았지만하루하루 버거워지는 세월의 무게에꿈속의 옛길을 그래도 돌아보게 되는구나!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꽃무어라 말해야 하나.아름다웠다고 해야 하나,부질없다고 해야 하나? 아서라, 세상사 돌아본들 무엇하리 낙화도 피었던 꽃이요인생사 모두가 前三三 後三三 인 것을. 날도 저물어 해도 서산에 걸리고내 삶도 산마루에 걸렸구나.부질없는 바램인 줄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그래도 지는 노을만은 붉었으면 좋겠구나!~2024. 09.06~
2024.09.06 -
내장산에서
내장산 애기단풍 불같이 타는데 백련암은 바위처럼 말을 잃었다. 원적암의 관음은 두 손 벌려 부르는데 한 송이 흰 구름이여 어디로 가는가? 돌염주 손에 들고 서래봉 바라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아스라하다 흐드러진 붉은빛은 두 눈을 휘젓는데 연못 속에 빠진 옛집을 건지려고 12개 옥돌은 손안에 구른다. 내장산에서
2023.07.14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 소리가 없어도 꽃은 핀다고 하고 눈물이 없어도 새는 운다고 하네 온 곳이 없는데 바람은 불고 지는 곳이 없는데 별은 뜬다네. 위는 비어도 물은 왜 밑으로 흐르고 밑은 비어도 불은 왜 위로 솟는가. 알 수 없으라. 한목숨 가는 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강진 들녘에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 ~덕암선사~ 吾觀法界本無性(오관법계본무성) 生死涅槃亦無相(생사열반역무상) 若人問我去來處(약인문아거래처) 雲散紅日照西天(운산홍일조서천) (강릉 경포대에서) 내가 법계를 관하니 본래 실체가 없고 생사열반 또한 일정한 모양이 없더라 행여 어떤 이가 나에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면 구름이 흩어지니 붉은 해가 서천을 비춘다고 하리
2023.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