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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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넋두리
황혼의 넋두리젊은이는 미래의 꿈속에 살고늙은이는 추억의 꿈속에 산다는 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더니칠십여 년 꿈속에 살다가 깨어나 보니그 말도 정녕 빈말이 아니었구나! 세상사 부질없는 줄내 익히 알았지만하루하루 버거워지는 세월의 무게에꿈속의 옛길을 그래도 돌아보게 되는구나!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꽃무어라 말해야 하나.아름다웠다고 해야 하나,부질없다고 해야 하나? 아서라, 세상사 돌아본들 무엇하리 낙화도 피었던 꽃이요인생사 모두가 前三三 後三三 인 것을. 날도 저물어 해도 서산에 걸리고내 삶도 산마루에 걸렸구나.부질없는 바램인 줄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그래도 지는 노을만은 붉었으면 좋겠구나!~2024. 09.06~
2024.09.06 -
내장산에서
내장산 애기단풍 불같이 타는데 백련암은 바위처럼 말을 잃었다. 원적암의 관음은 두 손 벌려 부르는데 한 송이 흰 구름이여 어디로 가는가? 돌염주 손에 들고 서래봉 바라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아스라하다 흐드러진 붉은빛은 두 눈을 휘젓는데 연못 속에 빠진 옛집을 건지려고 12개 옥돌은 손안에 구른다. 내장산에서
2023.07.14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 소리가 없어도 꽃은 핀다고 하고 눈물이 없어도 새는 운다고 하네 온 곳이 없는데 바람은 불고 지는 곳이 없는데 별은 뜬다네. 위는 비어도 물은 왜 밑으로 흐르고 밑은 비어도 불은 왜 위로 솟는가. 알 수 없으라. 한목숨 가는 길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강진 들녘에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2) ~덕암선사~ 吾觀法界本無性(오관법계본무성) 生死涅槃亦無相(생사열반역무상) 若人問我去來處(약인문아거래처) 雲散紅日照西天(운산홍일조서천) (강릉 경포대에서) 내가 법계를 관하니 본래 실체가 없고 생사열반 또한 일정한 모양이 없더라 행여 어떤 이가 나에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면 구름이 흩어지니 붉은 해가 서천을 비춘다고 하리
2023.07.07 -
봉평 태기산에서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해맑은 소녀의 미소같이 은가루 곱게 뿌려놓은 듯한 봉평 메밀밭 하늘에 흰 구름 한가로이 떠다니는데 무엇이 못마땅한지 장승은 분노한 얼굴로 먼 하늘만 쳐다본다. 인적도 드문 태기산 깊은 골에 얽히고설킨 등나무들 무심한 시간 속에 얼마나 힘겨워 온몸을 저래 뒤틀며 절규했을까? 흐르는 세월 속에 속은 곪아서 멍들고 찢기어 생채기투성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함께 보듬어주며 살아 온 해묵은 가지에 돋은 푸른 잎들 한세상 내 그렇게 살았노라고 하늘 향해 외쳐보지만 흰 구름은 말없이 흘러만 가고, 아랫녁 들판의 메밀꽃 소리 없이 웃음만 짓는다. 봉평 태기산에서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해맑은 소녀의 미소같이 은가루 곱게 뿌려놓은 듯한 봉평 메밀밭 하늘에 흰 구름 한가로이 떠다니는데 무엇이..
2023.07.06 -
한 세상 살다보니
한세상 살다보니 사람 마음 참 묘하게 바뀝디다. 어느 때는 상큼한 오렌지처럼, 해맑은 청포도 알처럼, 그렇게 맑고 순수한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어느 때는 데커레이션 잘 된 생일 케이크처럼 화려하면서도 달콤한 크림 속에 묻어나는 남극의 과일향 풍기는 그런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때로는 잔잔한 호수를 내려다 바라보면서 은은히 흐르는 실내악을 들으며 빨간 포도주를 들면서 분위기 있는 디너파티처럼 격조 높은 그런 삶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마음이 묘하게 달라집디다. 투박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처럼 촌스럽지만 꾸밈없는 그런 삶이 더 좋아 집디다. 살짝 타다만 누룽지처럼 자랑할 것 없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는 그런 삶이 좋아집디다. 살다보니 사람 마음 참 묘하게 바뀝디다. 몸은 포말(泡沫..
2023.06.04 -
소록도의 동백꽃
푸른 잎새로 곱게도 피워낸 여인내 속살같은 연분홍 꽃잎 풀어 젖힌 옷고름 꽃술 따스한 햇살에 정분이 났나 사향노루 향기풍기듯 길손을 유혹하는 분홍빛 연정 바다새도 피해가는 외로운 섬 소록도에 수집음도 벗어놓고 기다렸던 님이였나 농염짙게 웃음짓는 소록도의 동백꽃이여.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