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산 한천사에서

2019. 10. 22. 02:54넋두리

주마산 한천사에서

 

깊은 골 그네 타던

소쩍새 울음소리

키 작은 산으로 내려와

 

바람도 멈추어버린

바위 같은 고요에

침묵의 늪에 빠졌다.

 

회색빛 운무가 모두 삼켜버린

주마산 기슭의 한천사

빈 마당에 석탑 하나 댕 그렁하다.

 

지나온 그 긴 忍苦의 세월

風霜을 견뎌낸

잎새 떨군 고목도

 

인적마저 끊어진

텅 빈 법당에 홀로 앉은

비로자나불도

 

아랫녘 마을과수원엔

주렁주렁 사과가 영글어가는데

 

회색빛 운무의 바다에

모두 빠져버린 주마산 한천사










보물 제667호 한천사 철조비로자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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