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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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고사목
아홉 구비 돌아간다는 구봉산 들머리에 천년의 침묵을 가슴에 묻고 망부석이 되어버린 고사목이여 세속은 산을 떠났다는 이 산에 어이해 너는 산을 떠나지 못하고 무슨 바램이 있어 목탁 하나 가슴에 품고 문드러진 육신 부여잡고 세월의 갖은 풍상과 벗하려 하는고 세속이 묻어 버린 미륵의 환생은 장경(藏經) 속에 잠들어 깨어날 줄 모르는데 육신은 숯댕이처럼 타버리고 차디찬 네 영혼의 새벽은 허허한 황톳길을 걷는구나! 아 아 어이하랴? 허공만 맴도는 울림 없는 네 가슴 속의 목탁 소리 백 년을 살다 가든 천년을 살다 가든 무상한 세월의 수레 바큇살 無心도 關이거늘 하물며 미련이야.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길을. @구봉산: 속리산의 옛 이름
2022.05.09 -
속리산 천년송
속리산 비로봉 한 자락 기슭에 올연(兀然)히 둥지 튼 속리산 천년송 못 박은 듯 바위에 뿌리를 박고 관음의 화신(化身)인냥 뻗어 내린 천수(千手) 흰 구름 벗을 삼아 새벽의 이슬로 멱을 감고 하늘 향기로 몸을 단장하여 미륵의 하생을 기다리는 듯 청련(靑蓮)의 보살 같은 네 모습 비바람 몰아치는 갖은 풍상 천년의 세월 아랑곳 하지 않고 산새도 둥지 틀지 않은 속리산 고봉에 네 홀로 올연하구나 세속에 젖은 갈 길 먼 길손의 분방한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잠시 머물며 쉬었다 가라고 바람결에 실어 보내는 무언(無言)의 소리 둘러보면 저 멀리 관음봉이 손짓하고 천왕봉 칠형제봉 문수봉 보현봉이 등짐을 지고 바라보고 있구나 산이 속(俗)을 벗어나듯 네 또한 벗어났구나 천년을 한결같이 소리없이 살아온 숙연한 모습 아 ..
2022.05.08 -
답 없는 삶의 길에서(2)
~공허~ 허공을 나는 새 나는 길 정해져 있던가? 꿈속에 나그네 가야 할 길 있던가? 온 곳도 알 수 없고 가는 곳도 알 수 없는 인생사 바람 따라 구름 일 듯 태어나 산 너머 사라지는 흰 구름 꽃잎에 맺힌 이슬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부질없는 인생사 六十甲子 돌고 돌아 望八도 넘어서니 서산에 해진다고 서러워 할 일 없고 동산에 달 떤다고 기뻐할 일 없는데 돌부처 마주 보며 무엇을 念하리 黃泉도 極樂도 부질없는 바람 소리
2021.07.22 -
답 없는 삶의 길에서
답 없는 삶의 길에서 허공을 나는 새 길을 묻던가? 꿈길 걷는 나그네 길을 묻던가? 길 위에서 길을 물으니 가는 길도 혼미해진다. 위는 비어도 물은 아래로 흐르고 밑이 비어도 불은 위로 타오른다. 해가 뜨고 달이 떠도 눈먼 장님들 밤낮을 구별한들 무엇하리. 인연 따라 왔으니 인연 따라가면 될 것을. 한 세상 구름 일 듯 살다가는 인생사 부질없다 하면서 오늘도 길을 찾는다.
2021.02.28 -
나는 바위산 불암산이 좋다,
나는 산이 좋다. 그래서 산을 간다. 불암산을 간다. 불암산은 풍상을 겪은 바위가 많아서 좋다. 어느 산인들 바위가 없겠느냐마는 불암산은 유독 그런 바위가 많다. 그래서 불암산을 간다. 세월의 傷痕을 지닌 바위가 많아 좋다. 비바람에 찢기고 눈비에 할퀴어진 그런 바위들을 만나면 방황의 늪에서 파닥거리든 혼절 된 마음이 침묵의 망치에 새로운 나래를 얻게 된다. 삶에 대한 허무와 무상은 그 중후한 질감에 무색해지고 인고의 세월 소리 없는 그 침묵의 설법에 문드러진 앙금진 삶의 추억들이 새살을 돋게 한다. 살아있기에 고통을 느낀다는 어느 시인의 말도 천년의 침묵을 지녀온 바위 앞에 서면 사치스러운 비아냥에 지나지 않는다. 똑똑한 염세주의자 보다는 어리석은 낙천주의가 낫다는 말도 풍상에 찢긴 상흔을 보면 바람에..
2020.12.30 -
바람에 실려가는 꽃향기처럼 (2)
바람에 실려가는 꽃향기처럼 (2) 춘삼월 그 좋던 시절도 다 가고 시샘하는 바람에 하늘하늘 꽃잎이 날린다. 아스팔트 위에 풀밭에 개울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이야. 어디인들 상관하랴마는 어떤 이는 짓밟고 지나가고 어떤 이는 손으로 맞이한다. 향기는 코로 오는데 지는 꽃잎은 사람들은..
202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