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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제3부)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대한 소고(小考)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은 붓다의 탄생게(誕生偈)에서 나오는 말이다. 경전에 따라 이어지는 레토닉(retoric)이 다양하다. 파리어 경전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라고 했다. 번역하면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고, 삼계가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라는 의미다. 한역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천상천하 유아위존 요도중생 생로병사 [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 라고 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 요컨대 나는 중생들을 생로병사에서 건질 것이다.’라는 뜻이다. 는 좁게 보면 중생이 사는 이 세계가 되고, 넓게 보면 삼계(三界)가 된다. 삼계(三界)를 내용상으로 보면 육도(六道..
2024.03.09 -
시심마(是甚麽) 세 번째 이야기, 삶과 죽음
인생의 시작은 태어남이요 그 끝은 죽음이다. 태어난 자는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부자로 태어나든 가난뱅이로 태어나든, 출세하여 대통령이 되든 거리의 노숙자로 살든 간에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라면 그 누구도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의 고통이요 위험이다. (비바시불) 불교에서는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4가지 고통을 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기증 사실임을 알면서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를 피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고, 심지어 생각하는 것마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두려워 다른 것에 몰두하려고 애를 쓴다. 우리는 결코 자기 죽음에 대해서..
2024.03.04 -
시심마(是甚麽) 두 번째 이야기 항아리의 비유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한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7~8십 년을 살면서도 삶 속에 어떤 뿌리를 내림도 없이 떠돌아다닌다. 우리의 삶이란 단지 이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뿐이다. 그래서 삶이 부여하는 것을 음미하지도 못한 채 지내다 보니 모두가 허망한 것뿐이라고 느낀다. 삶은 정녕 의미 없는 것일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시심마(是甚麽)? 란 의미이다. 우리는 삶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한가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시심마(是甚麽)? 그러나 이 질문의 대답은 외부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왜냐하면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답 ..
2024.03.01 -
삶의 길(제2부) 불이(不異)와 불이(不二)의 소고(小考)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보면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라는 말이 나온다. 色이 空과 다르지 않고(不異), 空은 色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어서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했다. 色이 곧 空이요, 空이 곧 色이라는 의미다. 앞의 구절에서는 란 말이 이란 말로 바로 로 비약하여 말하고 있다. 가 는 말로 바로 이어지지만 중간 설명이 비어 있다. 경은 12처 6식 등으로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이른 차처(此處)하고 그 의미만을 살펴보자 먼저 불이(不二)라는 말을 살펴보자. 불광대사전에 의하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불이(不二)는 一實의 理가 如如平等하여 분별이 없으므로 不二라 한다. 보살은 분별이 없으므로 一實平等의 理에 悟入하므로 入不二法門이라 한다. 유마경 入不二法門品에 ..
2024.02.26 -
설경(雪景) 도봉산 둘레 길에서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여니 온통 눈이다. 밤사이에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니 문득 그 쌓인 눈길을 걷고 싶었다. 지난 주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눈 내린 날이 있었다. 그날 도봉산 신선봉에 갔다가 정상을 오르는 계단이 쌓인 눈이 녹아서 빙판길이라 아이젠이 없어 신성봉을 넘어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내려왔던 아쉬움 때문일까? 여느 때보다 일찍 아침을 먹고 카메라만 달랑 챙겨 집사람과 집을 나섰다. 집 앞은 경춘선 숲길이라 어젯밤에 내린 눈으로 멋진 상고대를 이뤘다. 오늘 설경 나들이는 멋지겠다고 생각하면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도봉산은 집에서 겨우 다섯 역이라 잠깐 사이다. 별도 점심거리를 챙겨 나오진 않은 탓으로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간식거리로 빵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렀다. 그런데..
2024.02.23 -
삶의 길(제1부) 조고각하(照顧脚下)
조고각하(照顧脚下)란 이 말은 는 의미다. 눈비 내린 미끄러운 길이나 돌밭 너들길을 걸어갈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밑을 잘 살피고, 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잘 살피며 가라는 의미다, 또 높은 계단을 오를 때, 때로는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런데 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말이 어떻게 선가(禪家)의 보도처럼 회자하고 있을까? 『조고각하』란 말은 와 등 여러 곳에서 설해져 있다. 임제종의 오조법연(法演) 선사에게는 뛰어난 제자 세 명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이 세 사람을 삼불(三佛)이라고 불렀는데, 곧 불감(佛鑑 불감혜근), 불안(佛眼 불안청원), 그리고 불과(佛果 불과극근) 선사를 가리킨다. 불과선사는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라고 칭송받는 을 남긴 원오극근 스님을 말한다. 조고각하(..
202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