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만행 한시 화두(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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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십마(是什麽), 이 뭣꼬?
붓다의 가르침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의 심사(尋思)이다. @부휴선사(浮休禪師: 1543~1615) 七十餘年遊幻海(칠십여년유환해) 今朝脫却返初源(금조탈각반초원) 廓然空寂本無物(확연공적본무물) 何有菩提生死根(하유보리생사근) 환(幻)같은 이 몸은 물거품같고 마음은 바람과 같은데 幻 속에서 무슨 생사, 열반, 보리가 있겠는가? @청허선사(淸虛. 휴정(休靜 1520~1604)) 머리는 희어도 마음은 희지 않는다고 옛 성현이 말했건만 이제 닭우는 소리를 듣고서 장부의 할 일을 마쳤구나 내 집 소식 알고나니 모든 일에 의심없어 천만경전 이른말씀 쓸데없는 빈 종이일세 @ 미국의 비더 교수란 사람이 해인사의 성철스님을 방문했을 때 불교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에 대한 성철 스님의 화답 서신 가운데 이런 ..
2023.07.15 -
멋진 사람
멋진 사람 ~해안 대종사(海眼 大宗師)~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香)을 사르고 산창(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佛經)을 아니 외워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어 시(詩)를 쓰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蘭) 잎에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어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가다 술(酒)을 사는 사람을..
2023.07.02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로다(水是水)」 참 평이한 말이다. 초등학생도 말할 수 있는 이 평이한 말이 선가(禪家)의 법어로 회자하게 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이 말이 처음 선가에 나오게 된 유래는 살펴보면 중국 송(宋)나라 때 선승인 청원행사(淸原行思)가 한 말로 송(宋)대에 발간된 전등서(傳燈書)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비롯된다. 「오등회원(五燈會元)」은 중국 남송대(南宋代)의 선승(禪僧) 보제(普濟): 1178∼1253)의 지휘 아래 그의 제자들과 함께 기존의 불조(佛祖) 전등록(傳燈錄)들을 정리 재편집하여 송나라 보우 원년(寶祐元年: 1253)에 간행된 전등서로 그 뒤 원나라 말기인 지정 2년(至正二年: 1364)에 중각된 뒤로도 여러 번 증각 되었다. 보제(普濟)..
2022.11.19 -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 무착(無著)이 오대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길을 잃어 곤경에 빠졌는데 마침 절이 눈에 띄어 거기서 잤다. 이 절은 문수보살이 신통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나 무착은 그런 줄을 알 턱이 없었다. 이튿날 문수보살이 이렇게 물었다. 문수가 무착(無著) 물었다. “요즘 어디에 있다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남방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느냐?” “말법 시대의 비구가 계율을 조금 받드는 정도입니다.”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삼백 명 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무착이 도리어 문수에게 물었다. “여기에서는 어떻게 수행하는지요?” “범부와 성인 함께 있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 “대중은 얼마나 되는지요?” “앞도 삼삼(前三三) 뒤도 삼삼(後三三)이지” (벽암록 제35..
2022.11.01 -
선사들의 오도송 모음 (제3부)
28)청화(淸華)선사 (1924~2003) 오도송(悟道頌) 迷故三界城 미혹한 까닭에 삼계가 성이나 悟故十方空 깨달으니 시방이 공 하네 本來無東西 본래 동서가 본래 없나니 何處有南北 어느 곳에 남북이 있으리오 @1923년 전남 무안군 운남면에서 태어나 15세 되던 해 일본에 유학한 바 있고(중등과정), 광주사범을 졸업, 고향에서 망운중학교를 세워(1952년) 교육에 힘쓰면서 가산을 기울여 혜운사(무안 운남면 대박산)를 건립하였다. 1945년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되어 진해 해군훈련소에서 5개월간 훈련을 받던 중 해방을 맞이하였다. 집에서 여러 철학의 세계를 탐구하다 불교에 심취하여 공부하던 중 金陀대화상을 알게 되었다. 19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碧山堂 金陀대화상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금타대화상은 백양사..
2022.10.05 -
선사들의 오도송 모음 (제2부)
11)청허(淸虛) / 휴정(休靜) /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 髮白非心白 (발백비심백) 古人曾漏洩 (고인증누설) 今廳一聲鷄 (금청일성계)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忽得自家底 (홀득자가저) 頭頭只此爾 (두두지차이) 萬千金寶藏 (만천금보장) 元是一空紙 (원시일공지) 머리가 희어진다고 마음마저 희어지지 않는다. 이는 옛사람들이 이미 말한 것이다. 지금 대낮에 닭 우는 소리 듣나니 대장부로서 내가 할 일을 다 마쳤네. 홀연히 내가 지닌 것을 내 속에서 발견하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 그렇다. 천언만어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일 뿐이다. @ 휴정(休靜, 1520~1604)은 평남 안주 출신으로 호는 청허(淸虛)이고, 서산(西山)인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으므로 서산대사(西山大師)라고 ..
202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