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만행 한시 화두(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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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계절은 춘삼월이라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우수(雨水)도 이미 지나고 겨울잠에서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한참 지났건만 우리네 삶은 여전히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에 얼어붙은 민초들의 삶을 해결해 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라님들은 자가격리만 떠들고, 기약 없는 코로나의 정점 타령만 읊어대고 있다. 하늘도 무심한지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 하시는 아저씨, 봉고 행상 30여 년 만에 전세지만 겨우 자기 가게 하나 열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삼 년간 불어 닥친 코로나 여파에 이제는 생계마저 위협을 받아 그나마 지탱하던 이 장사마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스러워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
2022.03.20 -
성우경허선사 참선곡(惺牛鏡虛禪師 參禪曲)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 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령히 이르기를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할 줄로 팔만장경 유전(遺傳)하니, 사람 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 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
2021.07.15 -
경허(鏡虛)선사의 오도송 우무비공처(牛無鼻孔處)
화두(話頭)와 같은 선사들의 오도송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道의 경지, 곧 깨달은 그들의 경지, 그것은 말과 글로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경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道라는 것은 이라고 했고, 또 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이를 해설한다는 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면 그 해설은 蛇足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도송이나 화두와 같은 것에 대한 해설은 단지 그 사람의 情識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낚시할 줄 모른다고 생선도 먹을 줄 모르겠느냐고 말하지만, 이는 도의 경지를 왜곡한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 낚시할 줄 몰라도 잡은 생선을 입맛에 따라,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요리를 선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리를 한다면 이미 그때는 죽은 고기를 요리하는 것이다. 말과 글이란 그 죽은 고기와 같은 것이다...
2021.07.14 -
노파가 암자를 불사르다(婆子燒庵)
쌍(雙)으로 거두고 쌍(雙)으로 놓으며 전체로 죽이고 전체로 살리니 세 번 손바닥으로 때리고 세 번 몽둥이로 침은 상(償)도 있고 벌(罰)도 있으며 한번 절하고 한번 우는 것은 나음도 없고 못함도 없도다. 오체(五體)를 땅에 던져 절함이여, 흰 뼈가 산처럼 이어져 있고 두 주먹이 허공을 휘두름이여 자줏빛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므로 설두가 말하였다. 「前五棒(전오봉)은 해가 비치고 하늘이 밝음이요, 後五棒(후오봉)은 구름이 일어 비가 내림이니 그대가 만약 바로 알면 다섯 번 몽둥이로 때려 주겠노라.」 옛날 어떤 노파가 암주(庵主)를 공양하였는데, 이십 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이 여자에게 밥을 보내어 시봉하게 하였다. 어느 날 여자를 시켜 암주를 끌어안고 「바로 이러할 때는 어떠합니까?」 하고 묻게 하였다. 그..
2021.03.12 -
한 밤의 넉두리
한 밤의 넉두리 이 부처가 부처인가? 이 부처가 부처인가?
2020.04.23 -
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드는구나!
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드는구나! 춘삼월 붉은 꽃도 바람따라 가버리고 간밤에 불던 바람 날이 새니 산넘어 가버렸다. 생각의 여울은 바다처럼 깊어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무엇을 찾는고 (두륜산 대흥사에서) 風動心搖樹(풍동심요수) 바람이 움직이니 마음이 나무를 흔들..
20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