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

2023. 7. 2. 16:33선시 만행 한시 화두

멋진 사람

~해안 대종사(海眼 大宗師)~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香)을 사르고

산창(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佛經)을 아니 외워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어 시(詩)를 쓰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蘭) 잎에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어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가다

술(酒)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해안 스님(海眼, 1901~1974)

해안 스님은 ‘동(東) 경봉(鏡峰) 서(西) 해안(海眼)’이라 칭송되던

호남의 대표적인 선사였다.

 

해안(海眼)스님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14년 부안 내소사(來蘇寺)에서 만허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뒤

1917년 장성 백양사에서 만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32년 계명학원을 설립해 문명퇴치운동을 전개하고

1936년 금산사 주지를 역임했다.

1969년 불교 전등회 대종사로 추대되었고

1974년 세수 74세, 법랍 57년에 입적했다.

 

부안 내소사

 

백양사

 

금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