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만행 한시 화두(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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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 무착(無著)이 오대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길을 잃어 곤경에 빠졌는데 마침 절이 눈에 띄어 거기서 잤다. 이 절은 문수보살이 신통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나 무착은 그런 줄을 알 턱이 없었다. 이튿날 문수보살이 이렇게 물었다. 문수가 무착(無著) 물었다. “요즘 어디에 있다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남방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느냐?” “말법 시대의 비구가 계율을 조금 받드는 정도입니다.” “대중이 얼마나 되는가?” “삼백 명 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무착이 도리어 문수에게 물었다. “여기에서는 어떻게 수행하는지요?” “범부와 성인 함께 있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 “대중은 얼마나 되는지요?” “앞도 삼삼(前三三) 뒤도 삼삼(後三三)이지” (벽암록 제35..
2022.11.01 -
선사들의 오도송 모음 (제3부)
28)청화(淸華)선사 (1924~2003) 오도송(悟道頌) 迷故三界城 미혹한 까닭에 삼계가 성이나 悟故十方空 깨달으니 시방이 공 하네 本來無東西 본래 동서가 본래 없나니 何處有南北 어느 곳에 남북이 있으리오 @1923년 전남 무안군 운남면에서 태어나 15세 되던 해 일본에 유학한 바 있고(중등과정), 광주사범을 졸업, 고향에서 망운중학교를 세워(1952년) 교육에 힘쓰면서 가산을 기울여 혜운사(무안 운남면 대박산)를 건립하였다. 1945년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되어 진해 해군훈련소에서 5개월간 훈련을 받던 중 해방을 맞이하였다. 집에서 여러 철학의 세계를 탐구하다 불교에 심취하여 공부하던 중 金陀대화상을 알게 되었다. 19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碧山堂 金陀대화상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금타대화상은 백양사..
2022.10.05 -
선사들의 오도송 모음 (제2부)
11)청허(淸虛) / 휴정(休靜) /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 髮白非心白 (발백비심백) 古人曾漏洩 (고인증누설) 今廳一聲鷄 (금청일성계)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忽得自家底 (홀득자가저) 頭頭只此爾 (두두지차이) 萬千金寶藏 (만천금보장) 元是一空紙 (원시일공지) 머리가 희어진다고 마음마저 희어지지 않는다. 이는 옛사람들이 이미 말한 것이다. 지금 대낮에 닭 우는 소리 듣나니 대장부로서 내가 할 일을 다 마쳤네. 홀연히 내가 지닌 것을 내 속에서 발견하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 그렇다. 천언만어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일 뿐이다. @ 휴정(休靜, 1520~1604)은 평남 안주 출신으로 호는 청허(淸虛)이고, 서산(西山)인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으므로 서산대사(西山大師)라고 ..
2022.10.05 -
선사들의 오도송 모음(제1부)
오도송(悟道頌)이란 옛 고승(高僧)들이 불도(佛道)의 진리를 깨닫고 지은 시가(詩歌)를 의미한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한 이후 무수한 고승들이 나왔고, 그들이 깨달은 진리 또한 다양하게 전해 온다. 옛 고승들은 무엇을 깨달았고, 무엇을 남기려 했는가? 오도송 하나하나가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근대를 살다가 입적한 고승(高僧)들 위주로 나름대로 선별하여 편안한 시간에 반추해 가며 되새겨 볼 수 있도록 서너 편씩 나누어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홍도의 사진과 더불어 포스팅 한다. 1)만공스님 (1871~1946) 공산리기고금외(空山理氣古今外) 백운청풍자거래(白雲淸風自去來) 하사달마월서천(何事達摩越西天) 계명축시인일출(鷄鳴丑時寅日出) 빈산이기는 고금 밖이요 흰 구름 맑은 바람 스스로 오가는데 무슨 일로 달마는..
2022.10.03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계절은 춘삼월이라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우수(雨水)도 이미 지나고 겨울잠에서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한참 지났건만 우리네 삶은 여전히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에 얼어붙은 민초들의 삶을 해결해 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라님들은 자가격리만 떠들고, 기약 없는 코로나의 정점 타령만 읊어대고 있다. 하늘도 무심한지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 하시는 아저씨, 봉고 행상 30여 년 만에 전세지만 겨우 자기 가게 하나 열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삼 년간 불어 닥친 코로나 여파에 이제는 생계마저 위협을 받아 그나마 지탱하던 이 장사마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스러워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
2022.03.20 -
성우경허선사 참선곡(惺牛鏡虛禪師 參禪曲)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 끝의 이슬이요, 바람 속의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령히 이르기를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할 줄로 팔만장경 유전(遺傳)하니, 사람 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옷 입고 밥 먹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 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