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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2부)
까치밥도 이제 다 떨어지고 한 개만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스산한 가을 바람 옷깃을 스치는데 낙엽 쌓인 불암산 둘레길을 걸어본다. 제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까마귀와 까치에 얽힌 전설을 살펴보았다. 까치는 민화나 전설에서는 일반적으로 희망과 소식을 전하고 보은(報恩)하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있는 데 반하여, 까마귀는 동서양의 신화 등에서는 신의 전령으로 신조(神鳥)로 등장하지만, 그 반대로 죽음과 배신, 밀고 등 어둡고 흉한 것으로도 인식되는 흉(凶)과 길(吉)의 양면을 지닌 새로 등장하고 있다. 까치는 희소식(喜消息)을 알리는 길조(吉鳥)지만 시에서는 그 희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까치의 울음을 빌어 잠시나마 그리움에 대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
2022.12.04 -
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1부)
벌써 납월이 코 앞이다. 임인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 가나 보다. 흐르는 세월 유수(流水) 같다고 하더니 그 뜨거웠던 날이 지나가고 이제는 따스한 햇볕이 그리워져 가고 있다. 낙엽 쌓인 불암산 오솔길을 홀로 걸어본다. 가는 세월 서러운지 딱따구리는 탁~탁 나무를 쪼아 대고, 까치와 까마귀는 허공을 맴돌며 까~악 까~악 울어댄다. 까마귀와 까치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새지만 유독 불암산에는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초겨울 스산한 산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데 차마 떠나지 못한 잎새들이 노루 꼬리 같은 초겨울 햇살에 마지막 못다한 가을빛을 담고 있다. 까마귀와 까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들이다. 우리의 세시풍속 중에 잘 알려진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서 만나는 날로 ..
2022.11.27 -
불암산 딱따구리
불암산 둘레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이다. 나무도 많고 숲도 우거져 걷다 보면 심신도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울적한 날은 조용한 숲길을 걷다가 딱따구리 나무 쫓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말로만 듣던 딱따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도 했지만, 여태껏 다니면서도 소리만 들었지 보지는 못한 얄미운 놈이다. 다른 새들은 모습은 드러내는 데 딱따구리 요놈은 숨어서 딱~딱 소리만 내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은 요행이도 그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딱따구리는 한자어로는 주로 탁목조(啄木鳥)라 했고, 열조(列鳥), 열(鴷), 착목(斲木)이라고도 불린다. 딱따구리는 곧고 뾰족한 부리를 이용하여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의 벌레를 잡아먹는 데 한 자리에서 약 1000마리 정도의 ..
2022.11.21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로다(水是水)」 참 평이한 말이다. 초등학생도 말할 수 있는 이 평이한 말이 선가(禪家)의 법어로 회자하게 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이 말이 처음 선가에 나오게 된 유래는 살펴보면 중국 송(宋)나라 때 선승인 청원행사(淸原行思)가 한 말로 송(宋)대에 발간된 전등서(傳燈書)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비롯된다. 「오등회원(五燈會元)」은 중국 남송대(南宋代)의 선승(禪僧) 보제(普濟): 1178∼1253)의 지휘 아래 그의 제자들과 함께 기존의 불조(佛祖) 전등록(傳燈錄)들을 정리 재편집하여 송나라 보우 원년(寶祐元年: 1253)에 간행된 전등서로 그 뒤 원나라 말기인 지정 2년(至正二年: 1364)에 중각된 뒤로도 여러 번 증각 되었다. 보제(普濟)..
2022.11.19 -
도봉산 석굴암
모처럼 도봉산을 찾았다. 집과 멀지 않아 자주 찾았던 산이지만 코로나 여파로 그런지 최근 몇 년간 등산객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늘어나 북적거린 것이 싫어 한동안 뜸했던 산이다. 늦은 가을이라 단풍도 거의 지고해서 등산객이 좀 줄었나 싶었는데 여전히 전철역에서부터 등산객이 붐볐다. 우이암 쪽으로 갈려다 그래도 늦깎이 단풍이라도 볼 양으로 자운봉 코스로 방향을 정했다. 도봉산 단풍은 이쁜 곳이 제법 많았는데 늦가을이라 거의 다 졌지만, 다행히 걸음이 늦은 몇 그루는 띄엄띄엄 눈에 들어온다. 휴일 하루 소요하는 나 홀로 산행이라 서두를 것도 없다. 어스렁어스렁 걷다 보니 천축사 입구에 다다랐다. 우측으로 석굴암 가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천축사를 거처 자운봉 오르는 코스는 등산객은 많은데 이 코스는 한적해 ..
2022.11.12 -
쾌유(快癒)를 기원하며 도봉산 석굴암에서
11월의 첫 일요일 도봉산 석굴암을 찾았다. 석굴암은 자운봉 바로 아래에 있는 암자로 오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그리 잘 알려진 암자는 아니다. 석굴암 찾아가는 길은 천축사 입구에서 우측길을 따라 오르거나 아니면 자운봉에서 하산길에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자운봉에서 하산할 때 지금까지는 무심코 만월암 쪽으로 내려오게 되어 번번이 지나쳤던 암자다. 오늘은 아예 천축사 입구에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곳에서 석굴암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도봉산 코스 중에서도 된비알이 심한 코스다. 바위 너들길인데다 특히 석굴암 입구에서 오르는 돌계단은 길고 가팔라서 여간 힘들지 않았다. 힘들게 석굴암을 올라 법당에서 참배하고 있는데 요란한 헬기 소리가 들렸다. 도봉산 어느 봉우리에서 사고가 나서 그리로 가나 보다 했는데 바로..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