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1부)

2022. 11. 27. 11:25포토습작

 

 

벌써 납월이 코 앞이다.

임인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 가나 보다.

흐르는 세월 유수(流水) 같다고 하더니

그 뜨거웠던 날이 지나가고 이제는 따스한 햇볕이 그리워져 가고 있다.

낙엽 쌓인 불암산 오솔길을 홀로 걸어본다.

가는 세월 서러운지 딱따구리는 탁~탁 나무를 쪼아 대고,

까치와 까마귀는 허공을 맴돌며 까~악 까~악 울어댄다.

 

까마귀와 까치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새지만

유독 불암산에는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초겨울 스산한 산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데

차마 떠나지 못한 잎새들이 노루 꼬리 같은 초겨울 햇살에

마지막 못다한 가을빛을 담고 있다.

 

 

 

 

 

 

 

 

 

 

까마귀와 까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들이다.

우리의 세시풍속 중에 잘 알려진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서 만나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칠석에는 까마귀나 까치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까마귀는 검은 머리를 하고 있지만, 까치의 머리는 흰색이다.

그것은 오작교를 놓느라고 돌을 머리에 이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까마귀는 가마리, 가막귀라고도 하였다.

한자어로는 자오(慈烏)가 표준이고,

오(烏), 자아(慈鴉), 효조(孝鳥), 한아(寒鴉),

노아(老鴉), 오아(烏鴉)라고도 하였다

 

@까마귀에 대한 평가는 동양과 서양 모두 비슷하다.

까마귀는 까치와 달리 온몸이 검은색이라

서양에서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소개될 정도로 불길한 새로 여기며.

또 미국의 시인이며 단편 소설가로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 1809~1849)의 유명한 시

'갈까마귀'에서도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반대로 북유럽 신화에서

까마귀는 신들의 왕 오딘의 상징이며

지혜를 상징하는 새로, 길조(吉鳥)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리 구약성서를 보면 예언자 엘리야 이야기에서

아합과 이세벨의 탄압을 피해 피신한

엘리야를 돌본 동물은 까마귀였다.

흉조(凶鳥)가 아니라 길조(吉鳥)로 보고 있다.

엘리야(Elijah)는 구약성서 열왕기상에 나오는

야훼(여호와)의 예언자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BC 9세기에 활동한 모세와 모세,

사무엘 등과 함께 위대한 예언자로 꼽힌다.

 

 

 

 

@예로부터 까치가 울면 손님 올 일이 생기고

까마귀가 울면 불길하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 전설과 민담 속 까마귀는

신령스러운 새로 앞일을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고 인식되는 길조였다.

 

≪삼국유사≫ 권1 사금갑조(射琴匣條)에는

까마귀가 비처왕을 인도하여 못에서 나온 노인으로부터

글을 받도록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처왕은 “거문고갑을 쏘라.”라는 글의 내용을 보고

궁주(宮主)와 모략을 꾸민 내전의 분수승(焚脩僧)을 처치하였고,

정월 보름을 오기지일(烏忌之日)로 정하고 찰밥을 지어 제사하였는데,

이로부터 ‘까마귀 날’ 또는 ‘까마귀밥’의 습속이 생겼다고 한다.

 

≪삼국유사≫ 권5 낭지승운보현수조(郎智乘雲普賢樹條)에도

까마귀가 지통(智通)이라는 중에게 영취산에 가서

낭지(郎智)의 제자가 되라는 말을 전했고,

낭지에게도 지통이 올 것을 알려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까마귀는 사람의 앞일을 예언하거나

해야 할 바를 인도하여 주는 새로 나타나고 있다.

 

또 까마귀는 태양의 정기로도 인식되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세오녀 설화 延烏郎細烏女說話>는

우리의 태양신화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의 이름에 까마귀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고구려 신화에서는 태양에 산다는

전설 속의 '삼족오(三足烏)' 이야기가 전한다.

삼족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의미한다.

중국의 태양신화에도 태양의 정기가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 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고분벽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까마귀는 예로부터 신비한 능력이 있는 새로 알려졌는데,

오늘날 전승되는 무가(巫歌), 속담, 설화 등에도

까마귀의 신령한 능력은 그대로 계승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 반대로 흉조(凶鳥)로 보는 설화나 민담도 많다.

제주도에 전승되는 서사무가 <차사본풀이>를 보면,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저승사자)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세계에 전달하도록 하였는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리고

까마귀 마음대로 떠들었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었으며,

이때부터 까마귀 울음소리는 죽음의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까마귀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고 믿고 있으며,

까마귀 울음소리는 불길한 조짐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병이 돌 때 까마귀가 울면 병이 널리 퍼진다고 하며,

길 떠날 때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관념에서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속담으로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 ‘식전 마수에 까마귀 우는 소리’ 등이 생겼다.

또한, 귀에 매우 거슬리는 말을 할 때

‘염병에 까마귀 소리를 듣지’라고 한다.

이러한 예들은 고대의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여

불길한 새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

 

 

 

 

 

@까마귀에 대한 풍자나 우화나 시에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이직(李稷:1362~1431)은

 

「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 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

 

라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세태를 까마귀를 빌어 질책하고 있다.

 

 

@동물 우화에서도 많이 등장하지만 하나만 들어보자.

까마귀가 어쩌다가 고기 한 덩어리를 얻게 되어,

입에 문 채 나뭇가지에 앉았다.

마침 여우가 그 밑을 지나가다가

까마귀가 물고 있는 고깃덩어리를 보고는,

탐을 내어 빼앗을 궁리를 하였다.

여우는 까마귀를 쳐다보고

“까마귀 선생, 내가 듣기에 세상에서

당신 소리보다 더 듣기 좋은 소리는 없습니다.

그 울음소리를 한 번만 들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라고 아첨하여 말했다.

자기 소리가 흉하다는 말만 들어온 까마귀는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고기를 입에 문 채로 ‘까옥’하고 마음껏 소리쳤다.

그 바람에 물고 있던 고기가 땅에 떨어지자,

여우는 얼른 고기를 주워 먹고는 달아나 버렸다.

 

이 동물 우화는 지략담에 속한다. ‘여우와 까마귀’로도 불리며,

주로 구전설화로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인데

이 설화는 까마귀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참된 자기 모습을 제대로 파악,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교훈적 주제를 담고 있다.

 

@까마귀에 얽힌 속담도 많이 회자한다.

우리 속담 중에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가리켜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나?」 라고 말한다.

까마귀는 <까먹다>와 유사한 그 이름 때문에

건망증과 문맹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까마귀는 다른 새들에 비교해 영리한 새로 알려져 있다.

침팬지는 인간의 DNA와 99%가 같고

지능은 2~3세 어린아이와 비슷해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런데 조류생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까마귀의 지능도 침팬지와 막상막하라고 한다.

 

실제로 호두와 같은 딱딱한 껍질 열매 속의 알맹이를 먹기 위해

자유낙하 원리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열매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열매를 도로 위에 놓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거나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호두를 던지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까마귀 종류 중에는 먹이를 잡기 위해서

나무 구멍에 작은 식물의 가지나 잎을 꽂아

애벌레가 붙으면 잡아먹는 방법으로 도구를 이용하는 때도 있다.

도시에 사는 까마귀는 둥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집 베란다나 마당의 옷걸이에 걸린 빨래를 걷어내고

옷걸이를 가져가는 대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먹이를 숨겨두기도 하고,

먹이를 숨겨둔 장소와 숨긴 먹이의 종류까지 기억한다고 한다.

 

@까마귀는 한때(1990년대 말) 정력에 좋다고 하여

마리당 30만 원에 약으로 팔려 씨가 마를 뻔한 적이 있었다.

 

@까마귀는 온 몸이 새까맣기 때문에

씻지 않아 지저분한 사람을 지적할 때 속담으로

'까마귀가 형님이라 하겠다.'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까마귀는 잘 씻는 편이다.

 

@까마귀는 공동체 형성이 잘 되어있어서

새끼가 태어나면 5년 정도 무리 내에서 공동으로 새끼를 보살펴 주고

특정 새끼를 돌보는 보모도 있다고 한다.

 

@최기남(崔奇男, 1586~1668 이후)의 「한식(寒食)」 한 수를 더 읽어보자.

 

봄바람에 보슬비 긴 방죽을 지나가고

풀빛은 안개처럼 아스라해라.

한식날 북망산 산 아랫길엔

들까마귀 날아올라 백양 숲에서 우누나.

 

東風小雨過長堤(동풍서우과장제)

草色如烟望欲迷(초색여인만욕미)

寒食北邙山下路(한식북망산로)

野烏飛上白楊啼(야조비상백양제)

 

# 烟은 煙의 속자, 연기 연, 안개 인으로 쓰인다.

@이 시에 까마귀가 등장하는 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무상함과 동시에 반포지효(反哺之孝)의 교훈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포지효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이다.

유사어로 ‘반포조(反哺鳥)’, ‘자조(慈鳥)’ 가 있다.

 

@까마귀는 청소동물로도 유익한 새다.

대표적인 청소동물인 새로는 독수리가 있지만,

까마귀도 독수리와 함께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어치워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길조인 셈이다.

 

 

 

까치는 가치, 가티, 갓치, 가지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작(鵲), 비박조(飛駁鳥), 희작(喜鵲),

건작(乾鵲). 신녀(神女), 추미(芻尾)라고도 한다. 학명은 Pica pica이다

 

@까치는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과 친근하였던 야생조류로서

일찍부터 문헌에 등장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기록된

석탈해신화(昔脫解神話)에는 석탈해를 담은 궤짝이 떠올 때

한 마리의 까치가 울면서 이를 따라오므로

까치 ‘작(鵲)’자의 한쪽을 떼서

석(昔)으로써 성씨로 삼았다는 내용이 있다.

 

@ 까치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텃세가 굉장히 강한 새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까치의 세력권은 보통 1.5~3km나 된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까치집을 뒷간에서 태우면 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까치집 있는 나무 밑에 집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는 세속의 이야기도

중부지역 일원에 널리 퍼져 있다.

 

@<까치의 보은>으로 조사된 설화는

과거 보러 가는 한량이 한 수구렁이한테 잡아먹히게 된 까치를

그 구렁이를 죽이고 살려주었는데,

나중에 한량이 죽인 구렁이 암컷의 보복으로 죽게 되었을 때

머리로 절의 종을 받아 종소리 세 번을 울려

한량을 구하고 까치는 죽었다는 이야기로서

치악산 상원사의 건국설화에서 보듯 전국 각지에 전승된다.

 

@까치는 예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 주는 길조로 알려진 새이다.

1849년 홍석모(洪錫謨)[1781~1857]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설날 아침에 듣는 소리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 청참(聽讖)의 풍속이 있는데,

까치 소리를 들으면 운수 대통하는 것으로 여겼다.

 

또 전승되는 「견우직녀 설화」에서 까치는

까마귀와 더불어 주인공들의 만남을 돕는 선행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까치의 몸에서 배만 하얀 것을 빗대어 실속이 없고

허풍 치는 사람을 ‘까치 배 바닥 같다’라고 하는 속담도 있다.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도 하는데,

옛날에는 까치설이 없었다.

옛날에는 작은 설을 ‘아찬설’, ‘아치설’이라고 했다.

‘아치’는 작은〔小〕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치설이 아치의 뜻을 상실하면서

아치와 음이 비슷한 ‘까치’로 엉뚱하게 바뀌었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촉한의 제갈량(諸葛亮)이

창사(長沙)를 치러 가는 도중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듣고

창사를 함락시켰음을 알았다고 하는 것이 최초로 문헌에 나오는 새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소지왕이 까마귀를 따라가서 화를 면했다는 기록과

남해왕 때 까치 소리를 듣고 찾아가서 귀한 동자를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항간에는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오고,

까마귀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것이 신앙처럼 민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리만 들리지 모습은 볼 수 없었던 딱따구리를 우연히 만났다.

딱따구리는 날카로운 발톱과 빳빳하고 뾰족한 꽁지깃이 있어서

나무에 앉기에 알맞고, 나무에 기어오르기도 쉽다.

숲속에서 날카롭고 단단한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며

나무껍질을 쪼아 구멍을 내고 갈고리같이 생긴 혀로

그 속에 든 벌레를 잡아먹는 이로운 새이다.

4개의 발가락은 2개씩 각각 앞뒤로 벌어졌다.

꽁지는 빳빳하여 몸뚱이를 떠받치게 되어있다.

대부분 암컷과 수컷의 머리 색깔이 다르다.

까막딱따구리 · 오색딱따구리 · 크낙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청딱따구리 · 오색딱따구리 · 쇠딱따구리 등이 살고 있으나

흔하지 않은 텃새이다.

우리나라 북동쪽에 사는 세가락딱따구리는 발가락이 3개뿐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천연기념물인 크낙새도 딱따구리 무리에 속한다.

딱따구리의 종류는 대단히 많아, 400여 종이나 된다.

 

@ 딱따구리는 얼마나 자주 나무를 쪼며 굶주린 배를 채울까?

딱따구리는 보통 1초에 15번~16번, 하루에 약 1만 2천 번 나무를 쫀다.

사람같으면 이정도 속도라면 뇌진탕을 일으켰을 것이다.

 

 

 

 

@딱따구리도 아름다운 빛깔 때문에 그림 속에 자주 나온다.

멀쩡한 나무를 쪼아 죽게 만드는 못된 새로 그려지는가 하면,

거꾸로 나무를 해치는 벌레를 죽이려고

고군분투하는 수호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깊은 산속에 숨어 사는 고독자들은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를

종종 이웃 벗이 마실 와서 대문을 노크하는 사람

그리운 소리로 착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