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딱따구리

2022. 11. 21. 22:20넋두리

 

불암산 둘레길은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이다.

나무도 많고 숲도 우거져 걷다 보면 심신도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울적한 날은 조용한 숲길을 걷다가

딱따구리 나무 쫓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말로만 듣던 딱따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도 했지만,

여태껏 다니면서도 소리만 들었지 보지는 못한 얄미운 놈이다.

다른 새들은 모습은 드러내는 데 딱따구리 요놈은

숨어서 딱~딱 소리만 내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은 요행이도 그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딱따구리는 한자어로는 주로 탁목조(啄木鳥)라 했고,

열조(列鳥), 열(鴷), 착목(斲木)이라고도 불린다.

딱따구리는 곧고 뾰족한 부리를 이용하여 나무를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의 벌레를 잡아먹는 데

한 자리에서 약 1000마리 정도의 곤충을 먹어치우는 대식가라고 한다.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뚫는 이유는

자신의 둥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먹이를 사냥할 때도 어김없이 부리를 이용해서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

아무리 무른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지만

매일 이렇게 구멍을 뚫으면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

큰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뚫을 때 1초에 18~22번 정도

부리로 나무를 두드린다고 한다.

한 번 쪼는데 걸리는 시간은 1000분의 1초도 되지 않는다고 하며,

이 속도는 기관총 발사 속도보다도 두 배 정도 빠르다.

이런 속도라면 사람이 뇌진탕을 일으키는 충격의 10~12배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충격에 딱따구리는 어떻게 견뎌낼까?

요렇게 살도록 창조한 자연의 섭리와 조화가 참으로 오묘하다.

 

<딱따구리>

 

고요한 숲속

딱~딱

적막을 쪼는 소리

딱따구리 소리

 

나랏님 마당에도

딱~ 딱

세상 쪼는 소리

호객꾼들 소리

 

구름 걷힌 가을 하늘

시리도록 맑고 푸른데.

 

2) 고요한 숲속

나무 쪼는 딱따구리

 

썩은 둥지에서

먹이 찾는 것이야.

지 살라고 한다지만

 

드러내도 좋으려만

고요한 숲속

몰래 숨어서 입방아만 찍어댄다.

 

@탁목(啄木)

딱따구리야 나무를 쪼지 말아라

고목 속이 반 넘게 텅 비었구나.

비바람 까짓것 걱정 없지만

나무가 부러지면 네 집도 없지.

 

(원문)

啄木休啄木(탁목휴탁목)

古木餘半腹(고목여반복)

風雨寧不憂(풍우녕불우)

木摧無汝屋(목최무녀옥)

 

이 시는 조선 후기 이양연의 「탁목(啄木)」이란 작품이다.

딱따구리가 자꾸만 고목 속을 헤집고 있다.

딱딱 숲속을 울려 퍼지는 소리.

해묵은 고목 속은 그렇게 자꾸만 텅텅 비어간다.

그래도 녀석의 입방아는 그칠 기미가 없다.

까짓 비바람이야 맞으면 그만이지만

너 자꾸 그러다가 나무가 우지끈 부러지고 나면

밤중에도 널 지켜줄 보금자리가 없어질 텐데

이젠 나무를 제발 그만 쪼려무나.

(자료출처: 새문화사전/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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