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습작(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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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설날 풍경
설날 아침 수락산을 찾았다. 신정을 지내다 보니 설날이라고 해도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의 고유 명절이다 싶어 겨울바람도 쉴 겸 나셨다 거리의 설날 분위기도 겨울 날씨만큼 썰렁하다. 날이 계속 추워서 그런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수락산 들머리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할 그 정도는 아니었다 싶어 등산화 그대로 올라갔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겨울 날씨보다 더 썰렁하다. 노점상도 모두 철시하고 주차된 차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 홀로 걷는 산행이라 서두를 것 하나 없는 한가한 산행이다. 산행이라기보다 소요(逍遙)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덩그렁 빈 의자들만 모여 있다. 겨울 날씨만클 썽렁하다. 눈 내린 산사의 분위기가 어떨까 싶어 먼저 염불암을 찾았다. 법당은 더 썰렁하여 ..
2023.01.29 -
불암산에서/ 사람의 욕망
부서러진 기왓장도 값비싼 황금이나 보석도 바다에 빠지면 가라앉는 것은 또 같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 앞에는 모두가 공평하다.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궁전 같은 저택에서, 호화로는 리무진이나 전용 비행기 안에서 죽기를 갈망한다. 사람의 욕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삶 그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인데도.
2023.01.10 -
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2부)
까치밥도 이제 다 떨어지고 한 개만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스산한 가을 바람 옷깃을 스치는데 낙엽 쌓인 불암산 둘레길을 걸어본다. 제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까마귀와 까치에 얽힌 전설을 살펴보았다. 까치는 민화나 전설에서는 일반적으로 희망과 소식을 전하고 보은(報恩)하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있는 데 반하여, 까마귀는 동서양의 신화 등에서는 신의 전령으로 신조(神鳥)로 등장하지만, 그 반대로 죽음과 배신, 밀고 등 어둡고 흉한 것으로도 인식되는 흉(凶)과 길(吉)의 양면을 지닌 새로 등장하고 있다. 까치는 희소식(喜消息)을 알리는 길조(吉鳥)지만 시에서는 그 희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까치의 울음을 빌어 잠시나마 그리움에 대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
2022.12.04 -
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1부)
벌써 납월이 코 앞이다. 임인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 가나 보다. 흐르는 세월 유수(流水) 같다고 하더니 그 뜨거웠던 날이 지나가고 이제는 따스한 햇볕이 그리워져 가고 있다. 낙엽 쌓인 불암산 오솔길을 홀로 걸어본다. 가는 세월 서러운지 딱따구리는 탁~탁 나무를 쪼아 대고, 까치와 까마귀는 허공을 맴돌며 까~악 까~악 울어댄다. 까마귀와 까치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새지만 유독 불암산에는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초겨울 스산한 산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데 차마 떠나지 못한 잎새들이 노루 꼬리 같은 초겨울 햇살에 마지막 못다한 가을빛을 담고 있다. 까마귀와 까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들이다. 우리의 세시풍속 중에 잘 알려진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서 만나는 날로 ..
2022.11.27 -
봄비 내리는 날 경춘선 숲길에서
3월의 두 번째 맞는 일요일 아침,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이라 이 비는 봄비가 아니라 단비다. 일주일 내내 火魔에 고통받고 있는 동해시와 울진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비는 더없이 고마운 비일 거다. 소낙비는 아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이 비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어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춘선 숲길은 늘 다니는 산책길이다. 주로 당현천이나 중랑천 쪽으로 걸었는데 오늘은 화랑대역 쪽으로 걸어 보았다. 경춘선 숲길은 담터까지다. 이 코스의 묘미는 철로길의 운치다.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디젤이나 전동차가 움직이지만, 그 옛날 칙칙폭폭 하면서 하얀 연기를 뿜어대면서 달리는 증기기관차 시절의 추억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문명은 발전할수록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2022.03.13 -
잿빛 하늘 아래 백로가 노니는 중랑천 강변에서
새해 들어 두 번째 일요일 코로나가 사람을 옭아매고 있는데 오늘따라 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린다. 집집마다 메이드인 차이나가 넘치는데 이제는 메이드인 차이나 미세먼지까지 수입된 모양이다. 민초들을 옭아매는 데는 이래저래 黑猫白猫를 가리지 않는다. 오전 내내 잿빛 하늘. 이런 날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높으신 분들의 추상같은 명령 우리네 민초들이야 무엇을 하랴 집안에서 이리저리 채널만 돌리며 빈둥거릴 수밖에. 다행히 오후가 되니 하늘도 양심이 있는지 얼굴을 삐죽 내민다. 마스크에 겹겹이 옷을 걸치고 중랑천으로 나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스며든다. 집 앞 경춘선 숲길 가벼운 걸음마 하기는 안성맞춤이다. 여름에는 모기에 악취까지 진동했던 중랑천인데 이제는 잉어도 뛰어놀고 왜가리에 청둥오리가 노닐고 있다 살다..
202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