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경춘선 숲길에서

2022. 3. 13. 23:00포토습작

 

3월의 두 번째 맞는 일요일 아침,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이라 이 비는 봄비가 아니라 단비다.

일주일 내내 火魔에 고통받고 있는 동해시와 울진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비는 더없이 고마운 비일 거다.

소낙비는 아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이 비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어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춘선 숲길은 늘 다니는 산책길이다.

주로 당현천이나 중랑천 쪽으로 걸었는데

오늘은 화랑대역 쪽으로 걸어 보았다.

경춘선 숲길은 담터까지다.

이 코스의 묘미는 철로길의 운치다.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디젤이나 전동차가 움직이지만,

그 옛날 칙칙폭폭 하면서 하얀 연기를 뿜어대면서 달리는

증기기관차 시절의 추억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문명은 발전할수록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감성은 점점 더 무미건조해지고 메달라 간다.

경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부터

이곳을 즐겨 산책하는 사람이 부쩍이 늘었다.

중랑천이나 당현천은 잉어도 보이고,

눈요깃감으로 오리나 왜가리가 많지만,

화랑대역 코스는 옛적 토담길을 걷는 그런 느낌을 주어 좋다.

나의 감성은 비프스테이크보다는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의 된장 맛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