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습작(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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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향기 서울과기대 호수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오후가 되니 온몸이 나른하다. 춘곤증인가? 집에서 빈둥대느니 잠시 나들이나 할까? 어디로 가지? 아침 출근길에 본 만발한 과기대의 벚꽃이 생각났다. 토요일 오후라 멀리 갈 곳 수도 없다. 매년 봄이면 짧은 오후 나들이로 즐겼던 호수 주변의 봄꽃들. 코로나 여파로 몇 해 동안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는데 올해는 풀어 놓아서 다행이다. 역시 봄날은 봄날이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물오른 목련 하며 노랑 개나리 순백과 분홍빛을 머금은 만발한 벚꽃, 배시시 웃는 붉은 명자꽃도 눈길을 끈다. 봄날의 여왕은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인가 보다. 백설의 여왕인냥 만발한 벚꽃을 보니 나른한 몸도 상쾌해진다. 사람들이 봄날 꽃을 찾는 이유가 뭘까? 긴 겨울 눈과 비 그리고 그 매섭던 한파를 이겨낸 생명력에 대한..
2023.04.04 -
봄은 왔는데(2)/ 계묘년 봄날 불암산에서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도 봉우리를 열었다. 봄은 왔는데 긴 추위도 끝나고 지겹던 코로나도 이제 한풀이 꺾어졌지만 어제 같은 삶의 질곡 언젠가 언제가 하고 기다리는 민초들의 가슴에 꽃 피는 봄은 언제 오려나 진달래 먹는 다람쥐
2023.03.30 -
수락산 설날 풍경
설날 아침 수락산을 찾았다. 신정을 지내다 보니 설날이라고 해도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의 고유 명절이다 싶어 겨울바람도 쉴 겸 나셨다 거리의 설날 분위기도 겨울 날씨만큼 썰렁하다. 날이 계속 추워서 그런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수락산 들머리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할 그 정도는 아니었다 싶어 등산화 그대로 올라갔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겨울 날씨보다 더 썰렁하다. 노점상도 모두 철시하고 주차된 차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 홀로 걷는 산행이라 서두를 것 하나 없는 한가한 산행이다. 산행이라기보다 소요(逍遙)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덩그렁 빈 의자들만 모여 있다. 겨울 날씨만클 썽렁하다. 눈 내린 산사의 분위기가 어떨까 싶어 먼저 염불암을 찾았다. 법당은 더 썰렁하여 ..
2023.01.29 -
불암산에서/ 사람의 욕망
부서러진 기왓장도 값비싼 황금이나 보석도 바다에 빠지면 가라앉는 것은 또 같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 앞에는 모두가 공평하다.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궁전 같은 저택에서, 호화로는 리무진이나 전용 비행기 안에서 죽기를 갈망한다. 사람의 욕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삶 그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인데도.
2023.01.10 -
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2부)
까치밥도 이제 다 떨어지고 한 개만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스산한 가을 바람 옷깃을 스치는데 낙엽 쌓인 불암산 둘레길을 걸어본다. 제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까마귀와 까치에 얽힌 전설을 살펴보았다. 까치는 민화나 전설에서는 일반적으로 희망과 소식을 전하고 보은(報恩)하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있는 데 반하여, 까마귀는 동서양의 신화 등에서는 신의 전령으로 신조(神鳥)로 등장하지만, 그 반대로 죽음과 배신, 밀고 등 어둡고 흉한 것으로도 인식되는 흉(凶)과 길(吉)의 양면을 지닌 새로 등장하고 있다. 까치는 희소식(喜消息)을 알리는 길조(吉鳥)지만 시에서는 그 희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까치의 울음을 빌어 잠시나마 그리움에 대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
2022.12.04 -
불암산 까마귀와 까치 이야기(제1부)
벌써 납월이 코 앞이다. 임인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 가나 보다. 흐르는 세월 유수(流水) 같다고 하더니 그 뜨거웠던 날이 지나가고 이제는 따스한 햇볕이 그리워져 가고 있다. 낙엽 쌓인 불암산 오솔길을 홀로 걸어본다. 가는 세월 서러운지 딱따구리는 탁~탁 나무를 쪼아 대고, 까치와 까마귀는 허공을 맴돌며 까~악 까~악 울어댄다. 까마귀와 까치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산새지만 유독 불암산에는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초겨울 스산한 산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데 차마 떠나지 못한 잎새들이 노루 꼬리 같은 초겨울 햇살에 마지막 못다한 가을빛을 담고 있다. 까마귀와 까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들이다. 우리의 세시풍속 중에 잘 알려진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서 만나는 날로 ..
202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