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습작(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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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雪景) 도봉산 둘레 길에서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여니 온통 눈이다. 밤사이에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니 문득 그 쌓인 눈길을 걷고 싶었다. 지난 주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눈 내린 날이 있었다. 그날 도봉산 신선봉에 갔다가 정상을 오르는 계단이 쌓인 눈이 녹아서 빙판길이라 아이젠이 없어 신성봉을 넘어가지 못하고 포기하고 내려왔던 아쉬움 때문일까? 여느 때보다 일찍 아침을 먹고 카메라만 달랑 챙겨 집사람과 집을 나섰다. 집 앞은 경춘선 숲길이라 어젯밤에 내린 눈으로 멋진 상고대를 이뤘다. 오늘 설경 나들이는 멋지겠다고 생각하면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도봉산은 집에서 겨우 다섯 역이라 잠깐 사이다. 별도 점심거리를 챙겨 나오진 않은 탓으로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간식거리로 빵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렀다. 그런데..
2024.02.23 -
크리스마스 날의 소요(逍遙)
새벽에 깨어나니 눈이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은 따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설경(雪景)이나 담아볼까 했는데 아침은 먹고 나니 벌써 눈은 그치고 내린 눈도 거의 녹아버렸다. 집에서 그냥 쉴까 하다가 무료할 것 같아 카메라만 달랑 들고 집은 나섰다. 딱히 갈 곳도, 볼 곳도 없는지라 그냥 발 가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파트를 나와 충숙공원 가는 길 이것저것 두서없이 눈가는 데로 셔터를 눌렀다. 계묘년 이 한 해 제 불방을 찾아주신 제현님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3.12.25 -
비 내리는 당현천에서
부처님 오신 날부터 내린 비가 오늘도 그치지 않는다. 늦가을 실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같이 내린다. 올해는 요상하게도 내가 쉴 수 있는 휴일마다 비가 내리더니 초파일 연휴도 요조숙녀(窈窕淑女)처럼 지조를 지킨다. 오전 내내 빈둥거리다 당현천으로 나갔다. 우산을 들고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걸었다. 당현천에 심어 논 양귀비가 어느새 피었는지 비를 맞으며 시들어가고 있었다. 알아도 세월은 가고 몰라도 가는 세월 마실 나온 백로 한 마리가 실없이 기웃거린다. 먹이 없는 빈 개울 흐르는 물도, 하늘도 잿빛인데....
2023.05.29 -
운무(雲霧) 속의 소요(逍遙)/ 불암산에서
오후에는 개인다고 했는데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잿빛처럼 흐리다. 불암산을 바라보니 봉우리가 운무 속에 들락날락 한다. 가깝한 마음에 늘 다니던 불암산 둘레길을 걸어 본다. 운무 속에 걸어 보는 길. 갖가지 생각의 여울이 출렁인다. 문득 어느 고승의 시 한수가 머리에 맴논다. 七十餘年 遊幻海 今朝脫却 返初源 廓然空寂 本無物 何有菩提 生死根 삶이란 무엇인가? 운무 속에 나들인가? ~영상은 4월 6일 불암산 둘레길에서 폰으로 찍은 것이다~
2023.04.06 -
봄날의 향기 서울과기대 호수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오후가 되니 온몸이 나른하다. 춘곤증인가? 집에서 빈둥대느니 잠시 나들이나 할까? 어디로 가지? 아침 출근길에 본 만발한 과기대의 벚꽃이 생각났다. 토요일 오후라 멀리 갈 곳 수도 없다. 매년 봄이면 짧은 오후 나들이로 즐겼던 호수 주변의 봄꽃들. 코로나 여파로 몇 해 동안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는데 올해는 풀어 놓아서 다행이다. 역시 봄날은 봄날이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물오른 목련 하며 노랑 개나리 순백과 분홍빛을 머금은 만발한 벚꽃, 배시시 웃는 붉은 명자꽃도 눈길을 끈다. 봄날의 여왕은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인가 보다. 백설의 여왕인냥 만발한 벚꽃을 보니 나른한 몸도 상쾌해진다. 사람들이 봄날 꽃을 찾는 이유가 뭘까? 긴 겨울 눈과 비 그리고 그 매섭던 한파를 이겨낸 생명력에 대한..
2023.04.04 -
봄은 왔는데(2)/ 계묘년 봄날 불암산에서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도 봉우리를 열었다. 봄은 왔는데 긴 추위도 끝나고 지겹던 코로나도 이제 한풀이 꺾어졌지만 어제 같은 삶의 질곡 언젠가 언제가 하고 기다리는 민초들의 가슴에 꽃 피는 봄은 언제 오려나 진달래 먹는 다람쥐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