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습작(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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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당현천에서
부처님 오신 날부터 내린 비가 오늘도 그치지 않는다. 늦가을 실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같이 내린다. 올해는 요상하게도 내가 쉴 수 있는 휴일마다 비가 내리더니 초파일 연휴도 요조숙녀(窈窕淑女)처럼 지조를 지킨다. 오전 내내 빈둥거리다 당현천으로 나갔다. 우산을 들고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걸었다. 당현천에 심어 논 양귀비가 어느새 피었는지 비를 맞으며 시들어가고 있었다. 알아도 세월은 가고 몰라도 가는 세월 마실 나온 백로 한 마리가 실없이 기웃거린다. 먹이 없는 빈 개울 흐르는 물도, 하늘도 잿빛인데....
2023.05.29 -
운무(雲霧) 속의 소요(逍遙)/ 불암산에서
오후에는 개인다고 했는데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잿빛처럼 흐리다. 불암산을 바라보니 봉우리가 운무 속에 들락날락 한다. 가깝한 마음에 늘 다니던 불암산 둘레길을 걸어 본다. 운무 속에 걸어 보는 길. 갖가지 생각의 여울이 출렁인다. 문득 어느 고승의 시 한수가 머리에 맴논다. 七十餘年 遊幻海 今朝脫却 返初源 廓然空寂 本無物 何有菩提 生死根 삶이란 무엇인가? 운무 속에 나들인가? ~영상은 4월 6일 불암산 둘레길에서 폰으로 찍은 것이다~
2023.04.06 -
봄날의 향기 서울과기대 호수에서
봄이라서 그런지 오후가 되니 온몸이 나른하다. 춘곤증인가? 집에서 빈둥대느니 잠시 나들이나 할까? 어디로 가지? 아침 출근길에 본 만발한 과기대의 벚꽃이 생각났다. 토요일 오후라 멀리 갈 곳 수도 없다. 매년 봄이면 짧은 오후 나들이로 즐겼던 호수 주변의 봄꽃들. 코로나 여파로 몇 해 동안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는데 올해는 풀어 놓아서 다행이다. 역시 봄날은 봄날이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물오른 목련 하며 노랑 개나리 순백과 분홍빛을 머금은 만발한 벚꽃, 배시시 웃는 붉은 명자꽃도 눈길을 끈다. 봄날의 여왕은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인가 보다. 백설의 여왕인냥 만발한 벚꽃을 보니 나른한 몸도 상쾌해진다. 사람들이 봄날 꽃을 찾는 이유가 뭘까? 긴 겨울 눈과 비 그리고 그 매섭던 한파를 이겨낸 생명력에 대한..
2023.04.04 -
봄은 왔는데(2)/ 계묘년 봄날 불암산에서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도 봉우리를 열었다. 봄은 왔는데 긴 추위도 끝나고 지겹던 코로나도 이제 한풀이 꺾어졌지만 어제 같은 삶의 질곡 언젠가 언제가 하고 기다리는 민초들의 가슴에 꽃 피는 봄은 언제 오려나 진달래 먹는 다람쥐
2023.03.30 -
수락산 설날 풍경
설날 아침 수락산을 찾았다. 신정을 지내다 보니 설날이라고 해도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의 고유 명절이다 싶어 겨울바람도 쉴 겸 나셨다 거리의 설날 분위기도 겨울 날씨만큼 썰렁하다. 날이 계속 추워서 그런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수락산 들머리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할 그 정도는 아니었다 싶어 등산화 그대로 올라갔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겨울 날씨보다 더 썰렁하다. 노점상도 모두 철시하고 주차된 차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 홀로 걷는 산행이라 서두를 것 하나 없는 한가한 산행이다. 산행이라기보다 소요(逍遙)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덩그렁 빈 의자들만 모여 있다. 겨울 날씨만클 썽렁하다. 눈 내린 산사의 분위기가 어떨까 싶어 먼저 염불암을 찾았다. 법당은 더 썰렁하여 ..
2023.01.29 -
불암산에서/ 사람의 욕망
부서러진 기왓장도 값비싼 황금이나 보석도 바다에 빠지면 가라앉는 것은 또 같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음 앞에는 모두가 공평하다. 가진자나 못가진자나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궁전 같은 저택에서, 호화로는 리무진이나 전용 비행기 안에서 죽기를 갈망한다. 사람의 욕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삶 그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인데도.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