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설날 풍경

2023. 1. 29. 00:27포토습작

 

설날 아침 수락산을 찾았다.

신정을 지내다 보니 설날이라고 해도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래도 우리의 고유 명절이다 싶어 겨울바람도 쉴 겸 나셨다

거리의 설날 분위기도 겨울 날씨만큼 썰렁하다.

날이 계속 추워서 그런지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수락산 들머리 길은 조금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할 그 정도는 아니었다 싶어 등산화 그대로 올라갔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겨울 날씨보다 더 썰렁하다.

노점상도 모두 철시하고 주차된 차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 홀로 걷는 산행이라 서두를 것 하나 없는 한가한 산행이다.

산행이라기보다 소요(逍遙)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덩그렁 빈 의자들만 모여 있다. 겨울 날씨만클 썽렁하다.

 

 

눈 내린 산사의 분위기가 어떨까 싶어 먼저 염불암을 찾았다.

법당은 더 썰렁하여 노천의 약사불과 산신각만 둘러보기로 했다.

 

 

 

 

 

 

 

 

 

 

 

염불사로 나와 영원암으로 향하는데

얼어붙은 개울가에 백로 한 마리가 보인다.

백로도 명절 나들이 나았는가?

얼어붙은 강가에 무슨 먹잇감이 있다고.

망원렌즈로 잡아보려다가 왠지 번거로워져

마운트 된 광각렌즈 그래도 찍다 보니 거리가 좀 멀다.

그러면 어쩌랴. 가볍게 머리 식히러 나온 길인데.

 

 

 

 

 

 

 

 

 

 

 

영원암 올라가는 오솔길은 바위너들길이라

평시에도 오르기가 조금 힘든 길이다.

오늘은 설상가상으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인 곳이 많아 미끄러운 곳이 많았다.

쉬엄쉬엄 오르니 영원암이다. 길은 미끄럽지만,

거리는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아 가볍게 겨울 산사 나들이하기에는

적당한 코스라 수락산을 찾을 때 자주 오르던 던 곳이다.

 

 

 

 

수락산 영원암은 고요했다.

평시에도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길에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

늘 한가한 절이다. 오늘은 하산하는 등산객도 보이지 않는다.

법당에 참배하고 잠시 선정(禪定)에 들어 본다.

가볍게 쉬어갈 생각이니 선정이 아니라 잠시 명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고요한 산사에서 잠시 적정에 젖어 보는 이 맛에 산사의 암자를 찾는다.

산도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해진다.

한참 머물다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용굴암을 가기 위해 암자의 뒤편 산길을 오른다.

 

 

 

 

쉬엄쉬엄 노니 장거리며 걸다 보니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져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다.

법당 참배는 생략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겨울 눈길이라 더 늦으면 가는 길이 위험할 것 같아 조금 서둘기로 했다.

하산길은 옛 천상병 시인 공원 쪽으로 잡았다.

하산길, 잔설이 덮인 하산길에 장승이 작별 인사를 고한다.

잘 쉬었다 가느냐? 고.

 

 

 

 

 

옛길 천상병 시인 공원길은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체육공원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옛 시비들은 모두 철거되고 운동기구들로 여러 곳에 만들어 놓았다.

하긴 몸이 건강해야 시(詩)도 읽을 여유가 생기겠지.

그런 게 작금의 시류(時流)인 것을.

이게 말이 돼? 하겠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든다고

편집(?)해 생각하는 것이 또한 작금의 상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