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78)
-
절애(絶崖)의 암자와 전각 모음
불교는 참선을 통해 마음을 깨지고 해탈(解脫)을 얻기 위해서는 세속과 인연을 멀리하고 오로지 수행을 위한 적정처(寂靜處)가 필요하다. 그래서 고금(古今)을 통해 많은 수행인들은 세속과의 인연을 단절하고자 산이나 언덕에서 깎아지른 듯이 급하게 솟거나 비탈진 곳에 작은 규모의 전각을 지어 적정처(寂靜處)로 삼았다. 그런데 그 적정처가 오늘날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마치 관광명소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정처가 아니라 그 적정처를 찾아가는 마음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신심(信心)이 도(道)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이나 경외감으로만 찾아간다면 그곳이 관광명소이지 어찌 적정처가 되겠는가. 절애(絶崖)의 암자이던, 평지의 전각이든 중요한 것은 장소와 건물이 아니라 마음의 도량처를 찾아가는 ..
2022.04.04 -
옥천 식장산(食藏山) 독수리봉과 구절사(龜截寺)
옥천 식장산 구절사(龜截寺)를 찾았다. 식장산(食藏山)은 대전과 옥천에 있는 높이 623m의 산으로 구절사(龜截寺)는 식장산의 한 봉우리인 독수리봉 아래에 있는 사찰로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의 말사 소속으로 되어 있다. 구절사는 유명고찰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 아니다. 그런데도 식장산 구절사가 최근 등산객들에게 회자하게 된 것은 산허리에 전각이 들어 설 자리가 없는 좁고 가파른 공간에 산신각과 칠성각이 조성되어 있어 이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식장산 역시 풍광이 수려한 유명산은 아닌데도 회자하는 것은 아미도 등산로 때문인 것 같다. 등산로가 정상까지 그의 동네 둘레길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기에 회자하고..
2022.03.29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계절은 춘삼월이라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대동강물도 녹는다는 우수(雨水)도 이미 지나고 겨울잠에서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한참 지났건만 우리네 삶은 여전히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에 얼어붙은 민초들의 삶을 해결해 줄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라님들은 자가격리만 떠들고, 기약 없는 코로나의 정점 타령만 읊어대고 있다. 하늘도 무심한지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우리 동네 과일가게 하시는 아저씨, 봉고 행상 30여 년 만에 전세지만 겨우 자기 가게 하나 열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삼 년간 불어 닥친 코로나 여파에 이제는 생계마저 위협을 받아 그나마 지탱하던 이 장사마저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스러워하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
2022.03.20 -
보물 제1829호 대전 계족산 비래사 목조비로자나불좌상
옥천 석장산 구절사 탐방을 하고 귀경길에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대전 비래사를 들렸다. 구절사는 행정상으로는 옥천군에 속하지만, 탐방로의 들머리를 대전광역시 세천생태공원을 택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부터 비래사까지는 네비로 소요시간을 검색해보니 20여 분 거리다. 비래사에 관심을 가진 주된 이유는 조선 시대에 조성된 보물 제1829호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대개 비로자나불좌상은 통일신라 시대 내지 고려 초에 조성된 것이 많지만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은 드물어서 호기심이 났다. 비래사(飛來寺)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동 계족산(鷄足山) 기슭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 말사에 속한다. 계족산(鷄足山)은 해발 423.6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지닌 산..
2022.03.17 -
봄비 내리는 날 경춘선 숲길에서
3월의 두 번째 맞는 일요일 아침,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오랜 가뭄이라 이 비는 봄비가 아니라 단비다. 일주일 내내 火魔에 고통받고 있는 동해시와 울진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비는 더없이 고마운 비일 거다. 소낙비는 아니지만, 부슬부슬 내리는 이 비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어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춘선 숲길은 늘 다니는 산책길이다. 주로 당현천이나 중랑천 쪽으로 걸었는데 오늘은 화랑대역 쪽으로 걸어 보았다. 경춘선 숲길은 담터까지다. 이 코스의 묘미는 철로길의 운치다.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디젤이나 전동차가 움직이지만, 그 옛날 칙칙폭폭 하면서 하얀 연기를 뿜어대면서 달리는 증기기관차 시절의 추억만큼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문명은 발전할수록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2022.03.13 -
(제2부) 민족의 영산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서 정수사로
민족의 영산 마니산 참성단을 기점으로 이제 올라왔던 암릉을 다시 유턴하여 정수사(淨水寺)로 하산한다. 참성단은 천제단(天祭壇)으로, 천제단이라 함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으로 마니산 천제단뿐만 아니라 상고시대부터 하늘에 제사하던 제단으로 알려진 태백산 천제단도 있다. 이는 단군 조선 시대 구을(丘乙) 임금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천제단이다. 그 외에도 광주 무등산에도 천제단이 있고, 조선 후기 지역 수호신 마고 할미를 모시는 제당과 천신·지신·산신을 모셨다는 부산 장산 마고당천제단(萇山麻姑堂天祭壇). 포항 영일 일월지(迎日 日月池)의 천제단도 있지만, 역사적 의미도 불분명한 것도 있다. 이번 산행은 바위를 좋아하는 나에게 마니산의 암릉길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 (뽀샵을 ..
202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