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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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만추의 햇살 어리는 늦은 오후의 수락산의 숲길> 낙엽을 밟으며 앙상한 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만추의 수락산 자락 파도에 밀려온 해초처럼 산자락에 쌓인 누렇게 물든 낙엽들 이미 반쯤 썩어있는 잎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잎 옹골지게 뼈대가 있는 잎 한 여름 동안 이 낙엽들도 젊..
2006.12.14 -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어머니 젖꼭지 물고 빨든 그 순간부터 시작된 세상과 인연 내 바라고 구한 바 없건만 한 인연 가면 새 인연 지어지는 나그네 같은 우리네 인생 어둠이 나래를 펴는 으스름한 저녁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른 희끄무레한 연기 허공에 사라지듯 잡을 것도, 남길 것도 없는 한 ..
2006.12.08 -
만추(晩秋)의 고독
만추(晩秋)의 고독 해살이 여위어 가는 늦은 저녁 불암산 숲속 돌무덤 지나고 너럭바위 돌아 내려오는 길 앙상한 나무들이 장승처럼 둘러싼 조그만 뜰악에 무덤같이 쌓인 낙옆들 구름도 가고 새들도 가버린 고요한 적막속에 흔적 없는 바람이 망각의 안개를 거두고 계곡의 바람이 그리움의 밭이랑을 ..
2006.12.03 -
[스크랩] 마지막 향기
마지막 향기 나그네 현림 따스한 봄날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여린 잎새 새싹을 키우다가 어느 가을날 소슬한 바람에 씻겨 떨어지는 낙옆처럼 그렇게 갈지라도 내 마음 텅 빈 충만으로 미소 지으며 그렇게, 그렇게 갈 수 있다면....
2006.11.30 -
마지막 추우(秋雨)
마지막 추우(秋雨) 비가 내린다 창가에 홀로 앉아 소리 없이 짓는 여인내의 눈물처럼 비가 내린다 마지막 가을비가 내린다 시름시름 설움이 흘러내린다 차마 떠나기 서러워 아픔의 날개질 하는 메달려 애원하는 남은 잎새들 푸른 그 여름날의 꿈 체 깨기도 전에 기약 없는 이별의 긴 여행을 저리도 재..
2006.11.29 -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 하늘의 저 구름도 낮은 저 바다에서 일어났고 높디 높은 설악산 대청봉도 한 줌의 티끝에서 시작되었다. 밭가는 저 농부도 아낙네의 등에 업혔든 아기였고 홰 위에서 우는 저 수탉도 둥지 속에 알이었다. 봄바람 따스하니 묵은 가지에서 새잎 나고 찬 바..
200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