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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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 秋雨
추우 秋雨 비가 내린다 시름시름 가을비가 내린다 외진 들녘 갈대밭에 갈대의 아픔을 아는지 갈대의 설움을 아는지 슬픔도 그리움도 이 빗물로 씻어보라는 듯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 빗물처럼 흘러버리라는 듯 어둠이 날개짓 하는 고요한 들녘 갈대밭에 비가 내린다 시름시름 가을비가 내린다
2007.02.14 -
겨울 밤
겨울 밤 창밖을 두드리는 겨울밤 찬 바람 촛불도 시린 듯 못내 일렁거린다. 외로움은 술래가 되어 베개 밑으로 숨어들고 빈 가슴은 추억의 백사장에 하얀 거품을 일군다. 달도 숨고 별도 숨은 긴 겨울 밤 하얀 고독이 모닥불이 되어 이 한 밤을 지핀다.
2007.02.14 -
외로움
<불암산 학도암 뜨락에서> 외로움 외로움이란 이름 모를 섬에 나 홀로 버려진 그것인 줄 알았더니 저 높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까치집처럼 홀로 옹아리 털고 있는 내 그리움 일 줄이랴
2007.02.13 -
흰눈처럼
<계방산 설경> 흰눈처럼 들판에도, 지붕위에도 하얗게 소복소복 쌓이는 저 흰눈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검은 것도 덮어주고 누런 것도 덮어주고 이쁜이의 지붕 위에도 미운 이의 지붕 위에도 하얗게 새 하얗게 그렇게 소복소복 덮어주는 저 흰눈처럼 살고 싶습니다.
2007.02.07 -
까치집
까치집 살다보면 홀로 있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저 높은 나무의 까치집처럼. 살다보면 사람들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저 높은 나무의 까치집처럼. 혀 날름대는 뱀도 엿볼 수 없고 재잘대는 참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바람이 불면 어떻습니까 비가 오면 어떻습니까 그저 달이 뜨면 달을 보고 별이 뜨면..
2007.02.07 -
꿈
<계방산의 설경> 꿈 살아간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을 꾸는 자는 진실이지만 그러나 그 꿈은 허망한 것입니다. 그래서 꿈속에서는 원인 없이 기쁨도 일어나고 슬픔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꿈을 깨고 나면 기쁨도 슬픔도 사라져버립니다. 꿈이란 허망하기 때문입니다. 꿈이란 그렇게 허망..
200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