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2006. 12. 8. 00:10넋두리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나그네


어머니 젖꼭지 물고 빨든

그 순간부터 시작된 세상과 인연


내 바라고 구한 바 없건만

한 인연 가면 새 인연 지어지는

나그네 같은 우리네 인생


어둠이 나래를 펴는 으스름한 저녁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른

희끄무레한 연기 허공에 사라지듯


잡을 것도, 남길 것도 없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 갈

연기 같은 인생이요 삶인 건만


그래도 한번쯤은

살아 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것이 삶이 아니냐고 반문(反問)하면서


오늘도 먼 산 바라보며

길 떠나는 나그네


중천에 뜬 달 잡고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나 지금 어디 있느냐?』고.





여기가 어디인가요/심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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