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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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고독
밤의 고독 어둠이 창밖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 한 밤 홀로 앉아 시름을 낚는다 찰랑되던 별들도, 교교한 달빛도 한 잔의 바다 속에 숨어버리고 장미보다 더 붉었던 사랑의 그리움도 칼바람 살을 에는 이별의 아품도 거품 속에 빠져버린 파리가 되었다. 천방지축 울어되던 철없는 귀뚜라미도 잠들어버..
2006.10.22 -
가을의 비련
가을의 비련 산자락에 이는 바람 솔잎을 익히고 석양에 지는 해는 노을을 익힌다. 님 그린 젖은 눈망울 시린 가슴에 흘러내리고 노오랗게 물든 아린 정 차마 잎새 떨구는 들국화처럼. 가신 님 못다 한 서른 마음이 소슬한 가을바람에 구르는 낙엽처럼 구천의 하늘을 메돌다 떨어진다. 8월의 적작약 붉..
2006.10.21 -
가을밤의 수작
가을밤의 수작 이리 살아도 남는 것 없고 저리 살아도 남는 것 없네 千江水에 千月이라 이리 가도 중생이요 저리 가도 중생인데 괜시리 빈 달 찾아 건져본들 무엇하리 바람불어 소슬하고 달빛은 교교한데 실없이 귀뚜라미 저 혼자 수작하네 인연 따라 피는 매화 그 향기야 좋지만 시절 인연 안 닿으면 ..
2006.10.19 -
못난이의 기도
못난이의 기도 내 비록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삶이지만 힘들고 괴로울 때 남들처럼 얼굴 찡그리지 아니하고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 잃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내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하여 유식하고 세련된 말을 알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꾸밈없는 진실 된 말 잃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내..
2006.10.14 -
후회(後悔)
<해저무는 날의 불암산의 솔나무> 후회(後悔) 푸른 잎 무성할 제 매미소리 요란하고 가을 달 밝으니 귀뚜라미 소리 처량하다. 찬 서리에 속에서도 들국화 피어나고 매서운 한설(寒雪)에도 매화는 익어간다 해마다 묵은 가지 새잎을 내지만 바라보는 사람들만 같지 않구나 내 인생 살면서 온건한 정..
2006.10.12 -
찾아봐도 없지만
<수락산의 바위들> 찾아봐도 없지만 잡아 둘 수 없지만 꽃향기 달고 담아둘 수 없지만 달빛은 아름답다 법당을 헤집어도 찾을 수 없지만 자비로운 부처마음 꽃처럼 향기뿜고 달처럼 비춘다 어둠의 긴 밤도 무거운 밤이슬도 아침의 햇살 앞에 바람처럼 날아가거만 뒤집고 헤집어도 찾을 길 없는 이..
200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