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가는 꽃향기처럼 (2)

2020. 4. 26. 22:07넋두리

바람에 실려가는 꽃향기처럼 (2)

 

춘삼월 그 좋던 시절도 다 가고

시샘하는 바람에

하늘하늘 꽃잎이 날린다.

 

아스팔트 위에

풀밭에

개울 바닥에.

 

떨어지는 꽃잎이야.

어디인들 상관하랴마는

어떤 이는 짓밟고 지나가고

어떤 이는 손으로 맞이한다.

 

향기는 코로 오는데

지는 꽃잎은

사람들은 발로, 손으로 맞는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송이 꽃잎 피우려고

얼마나 긴 겨울을 보냈을까.

 

살을 에는 찬 바람

눈보라 속에서 그 긴 시간

인고의 눈물은 또 얼마나 흘렸으랴.

 

그래도 지는 꽃잎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피었다가 지는 것이 운명이라고

안으로 울면서 소리 없이 웃고 떠나간다.

 

어디로 실려 가던, 어느 뉘가 맡은들.

시샘하는 바람에 실려 가는 향기일망정

왔다 가 가는 내 흔적이라 자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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