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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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의 길목에서
세모의 길목에서 내 나이가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어느 시인의 푸닥거리 소리를 지팡이로 삼고 비틀거리며 걸어 온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내려놓아야 가볍다는 그리 쉬운 말도 잊어버리고 이 나이가 되도록 마음을 지피는 욕망의 불씨를 끄지 못한 한 해가 ..
2011.12.28 -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에서 인적 끊어진 두물머리 회색의 장벽에 갇혔다. 얼어붙은 강바닥 수인(囚人)이 되어버린 나룻배. 갈 곳 없어 바들바들 떠는 갈대숲의 물오리들 창살도 없건만 오가지 못한다. 모두가 얼어붙은 두물머리 강변에 머리 풀어헤친 나뭇가지들 바람에 애처롭게 운다.
2011.12.22 -
희로애락(喜怒哀樂)
(거망출해/삼청산) 희로애락(喜怒哀樂) 청산(靑山)이 푸르다 하나 늘 푸를 수 없고 녹수(綠水)가 푸르다 하나 언제나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네. 하늘의 흰 구름이 자유롭다 하나 바람이 짓궂으면 어디로 가겠는가. 비우고 가볍게 살고 싶어도 인생살이도 뜻대로 그리 흘러가던가. 오..
2011.12.14 -
겨울 산
겨울 산 해는 떨어지고 인적 끊어진 초겨울 수락산 끝자락 모두가 떠나버린 무덤 같은 숲속 적막이 바위같이 내려앉았다. 어둠의 냉기는 장막을 둘러 고목을 끌어안고 만월을 기다리는 생기를 잃은 중천의 반달 차면 기울고 오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오늘따라 이 내마음 왜 이리 스..
2011.12.08 -
수락산 버섯바위
수락산 버섯바위 꽃나무는 일 년이 한살이요 바위는 천년이 한 살이라 했든가. 솔처럼 푸르지도 않으면서 학처럼 희지도 않으면서 차라리 깨어지고 바스라 질지라도 세월과 타협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옹고집으로 환갑(還甲), 백수(白壽)를 지냈어도 천만번은 더 지낸 너 이었으리. 차마 흐르는 세월 ..
2011.09.16 -
구름 줍는날
구름 줍는날 장마비 뒤뚱거리는 날 물에 빠진 구름 건지느라 멀쩡한 하루 해 다 보냈다.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