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의 길목에서
2011. 12. 28. 03:12ㆍ넋두리
세모의 길목에서
내 나이가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어느 시인의 푸닥거리 소리를
지팡이로 삼고 비틀거리며 걸어 온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내려놓아야 가볍다는
그리 쉬운 말도 잊어버리고
이 나이가 되도록
마음을 지피는 욕망의 불씨를 끄지 못한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세상의 소리에 귀가 순응할 나이가 되었건만
온 세상을 다 사랑할 수 없어도
미움의 담만은 쌓지 않길 바라면서도
눈에 밟히고 귀를 거슬리는 소리를 참지 못한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산다는 것이 뭐 별 것이 있더냐.
남들 다 살아가는 것인걸.
양파껍질 베끼듯 주절주절하며 걸어 온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단물이 다 빠져버린
껌을 씹듯 애늙은 황혼의 삶을
속절없이 걸어 온
한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긴 동굴처럼 어두운 밤
문뜩 깨어나 창밖을 봅니다.
회색의 유령들이 을씨년스럽게 다가옵니다.
창문을 여니 찬 밤바람이 얼굴을 할퀴려 달려듭니다.
차라리 하얀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