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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나들이(2) 매화인가 봉숭아꽃인가?
멋진 백조의 비상을 기대하며 중랑천으로 나갔다.그런데 오늘따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경춘철교에서 한내교까지 걸었지만 허탕이었다.한 시간 반을 둘러보다가 오늘은 그런 날인가 보다 하고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길 강변 숲가에서 잉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들 거린다.물장구치며 노는 꼴이 허탕 치고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희롱하는 듯하다.“니네들이 내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싶어 자위하며 돌아오는데 어디서 날아 왔는지 왜가리 한 마리가 가엾게 여겼는지 작별의 손짓을 보냈다. 텅 빈 강변을 벗어나 돌아오는 길 경춘선 숲길 아래쪽에 유난히 붉은 꽃이 눈에 들어온다.며칠 전 본 겹 매화와 달리 색이 무척 짙다.홍매화인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흰색과 분홍색 꽃들이 피어 있었다.홍매화, 분홍 ..
2025.04.19 -
강변의 나들이 거북이도 나왔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춘삼월도 지났는데 봄을 시샘하려는지 사월인데 눈비가 내렸다. 피었던 벚꽃도 목련도 매화도 져 버렸지만그래도 날이 개니 나들이 꾼들이 강변에 모여든다.지팡이를 든 노인도, 쑥을 캐러 나온 아낙네들도 보인다.강변에는 버들이 나부끼고 오리들은 한가로이 강물을 유영한다.까불이 까치며, 새침데기 오리도, 백로와 왜가리에 가마우지도 나왔다.못 보던 거북이까지 나왔다. 중랑천에서 처음 보는 거북이다.눈비가 시샘해도 오는 봄은 막지 못하나 보다. 쑥을 캐러 나온 아넥네들비둘기들도 쑥을 캐러 나왔나? 물을 박차고 비상하는 가마우지 중랑천에서 생전 처음 보는 거북이다. 여태 어디에서 숨어 있다가 나왔나. 나래를 펼친 왜가..
2025.04.17 -
삶의 길(32) 여도지죄(餘桃之罪)와 권력욕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은 재앙을 불러오는 근원이지만이를 놓지 못하는 것은 와 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인간의 많은 욕망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권력이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장애 되거나 거슬리는 자를 억누를 수 있고,권력의 힘을 방편으로 이용하면자기의 욕망을 쉽게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어떤 행위에도 이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권력이 없을 때는 힘 있는 자에게 기대려고 안달하게 되고, 힘을 가지게 되면 그 힘을 잃지 않으려고, 힘 있는 자의 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옳고 그른 것을 가리지 않고, 아름답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의지하려는 권력자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선거철만 되면 볼 수 있듯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
2025.04.17 -
강변의 단상(斷想) 10 유(有)와 무(無)에 대한 소고
우리가 일상에서 와 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有는 라는 의미이고, 無는 라는 의미다. 광주리에 사과가 들어 있다면 우리는 사과가 라고 말한다. 이는 없다는 를 상대하여 을 말한 것이다.그 반대로 광주리에 사과가 없다면 有를 상대하여서 無라고 한다.有를 말할 때 언제나 無를 상대하고, 無를 말할 때 언제나 有를 상대해서 말한다.有는 無를 떠나서 설명할 수가 없다. 無 또한 마찬가지다.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모두 이처럼 상대적이다. 예를 들면 악(惡)을 설명하려면 선(善)을 가지고 설명하지 않으면 악(惡)을 설명할 수 없다.지옥을 상대하지 않으면 천당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인식 구조는 상대적이 아니면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그렇다면 의 상대가 아닌 의 본질은 무엇인가?경(經)을 보면 무아(無..
2025.04.15 -
왜가리의 저녁 식사와 희론(戱論)
하늘도 잿빛이고 강변 나들이 하기에도 조금 늦었지만 집을 나섰다.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새들이 보이지 않았다.대충 걷다가 포기하고 돌아오는데 숲 가에서먹이 사냥을 하는 왜가리 한 마리를 만났다.강변 산책이야 늘 다니지만, 오늘의 이 조우(遭遇)는우연(偶然)이 아니라 완전 기연(奇緣)이다. 아둔한 아마추어로서 새들이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찍기도 어렵지만 이 보다먹이 사냥을 하는 새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보통 인연이 아니다.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 그 어려운 왜가리의 저녁 식사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니. 물가에서 한참 응시하더니 잽싸게 먹이를 낚아챈다.그리고 긴 부리로 한참 요리를 하더니 날름 삼킨다. 오후불식(午後不食)인데 간식하느냐고? 그건 니네들 공부한다는 선방(禪房) 친구들..
2025.04.13 -
삶의 길
왜가리는 빈 강을 응시하고강변의 버들은 일없이 나부낀다. 봄날 아지랑이 같은 인생yes라고 말해야 하나,no라고 말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여보시게, 아시는가, 이 말. 어리석은 자는 늙어서 망령(妄靈)이 들고,현명한 자는 젊어서 망령(妄靈)이 든다는.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