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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보살(齷齪菩薩)과 극락(極樂)
청도 운문사 비로전에 가보면 법당 천장에 용가(龍駕)가 매달려 있고 그 용가에서 내려온 밧줄에 악착스럽게 매달려 있는 동자를 볼 수 있다. 용가(龍駕)는 극락으로 가는 배로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고 하며, 동자는 악착보살(齷齪菩薩)이라고 불린다. 극락으로 가는 반야용선을 타려고 이를 악물고 외줄 밧줄에 매달려 있는 동자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극락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이기에 그렇게 악착스럽게 외줄 밧줄에 매달려 있을까? 극락(極樂)은 불교의 사후세계로서, 특히 정토교에서 중시하는 곳으로 불교의 여러 불국정토 중 서방에 있다고 전해진다. 아미타불이 부처가 되기 전 법장보살(法藏菩薩) 시절 때 세운 48대원에 의해 생겼으며, 아미타불은 이곳에서 설법하고 있다고 경전에 나온다. 명문당에서 출간한 「불교대사전..
2024.01.27 -
야누스(Janus)와 딱따구리
세상사 모든 것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외쳐대는 내로남불 하는 사람, 안면 몰수하고 앞의 말과 행동을 뒤집는 철면피 같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일러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혹자는 이런 사람이 반드시 그릇된 것이 아니라고 반문한다. 사람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눈은 4개이고 입도 2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양면(兩面)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은 보는 눈이 달라서 앞과 뒤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악인(惡人)이 선인(善人)으로 포장되고 비위나 성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정직한 사람, 도덕군자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눈이 네 개이고 입이 둘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같은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들 앞에서는 이 말..
2024.01.26 -
갑진년 새해 수락산 매월정에서
어언 30여 년을 수락산을 찾다보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해 들어 눈 내린 다음 날 수락산을 다시 찾았다. 추운 날씨에다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조금 평이한 매월정 코스를 잡았다. 매월정 코스는 언덕길 같은 오솔길이 길어 양옆 계곡은 눈이 쌓여 있었지만 길은 녹아 있었다. 매월정 코스는 수락산 등산로 중에서도 영원암 코스보다 더 뜸한 코스라 소요(逍遙)하기는 안성맞춤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날도 춥지만, 눈까지 녹지 않아서 등산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등산객이 붐볐던 매월정도 텅 비어 있었다. 수십 번 매월정을 오르내렸지만 갈 때마다 정상을 오가는 등산객이 쉬어가는 코스라 늘 붐벼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이렇게 텅 빈 매월정을 보기는 처음이다. 정자 안에는 걸린 많은..
2024.01.25 -
천왕문과 사천왕(四天王)
사찰의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천왕문(天王門)이 조성되어 있다. 사찰의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4명의 천왕이 봉안된 전각이다. 사천왕의 구별은 대개 사천왕이 손에 들고 있는 지물(持物)로 구별하는데 사찰마다 사천왕의 지물이 달라 혼동을 일으킨다. 이는 조성된 시대와 사찰의 창건연대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 것이기도 볼 수 있지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사천왕의 그 지물에 대하여 필자 나름대로 고찰해 보았다. (불국사 천왕문) 사천왕은 천계(天界)를 다스리는 4명의 천왕을 말한다. 불교의 우주관은 성주괴공(成住壞空) 하는 천체(天體)를 시간적으로 구별하면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 나뉘고 이를 내용상으로 세분하면 다양하다. 중생의 업인에 따라 태어나는 존재 양상을 여섯 가지..
2024.01.21 -
바닷속 진흙 소가 밭을 가는구나!
바닷속 진흙 소가 밭을 가는구나! 一切唯心造라 했던가? 四大가 空하고 五蘊이 主人 없는데 그 心은 어디에 있는가? 寂滅이 爲樂이라고 고담은 天涯의 바위 위에 이 한마디 말을 듣고자 肉身을 나찰에게 던졌는데 그 樂은 어디에 있을까? 헤집고 돌아봐도 한 물건도 없는데 涅槃 菩提가 어디에 있으며 生死의 뿌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멀고도 먼 이국땅 보타산 조음동을 찾아 깊은 바다에 肉身을 投身하고 이 뭐꼬(是甚麽)을 찾아 燒指供養을 올린 스님들 무엇을 얻을 쓸까? 걷고 또 걸어도 본래 그 자리인데 西山에 지닌 해 어디로 가고 東山에 뜨는 달 어디서 오는가 一切唯心造라 홀로 눈 밝은 이 우는 중생 달래려고 曲學阿世 하는 자장가 소리 길 위에서 길을 물으니 바닷속 진흙 소가 밭 가는 소리 한다고 하네
2024.01.15 -
경산 경흥사
맥반석 동굴법당을 조성한 경산 성굴사로 가는 길에 경흥사(慶興寺)란 푯말이 있어 어떤 절인가 궁금하여서 들렸다. 경흥사는 동학산(東鶴山)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데 앞산은 병풍산(屛風山)이다. 이는 학(鶴)이 날아가지 못하게 병풍산(屛風山)을 마주하고 지은 사찰이라고 한다.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경산 경흥사(慶興寺)는 659년(무열왕 6)에 혜공화상(惠空和尙)이 창건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하지만, 근거가 희박하며 1637년에 창건된 절이라고 한다. 사찰 창건 내력(來歷)에 의하면 경흥사의 본래 대웅전은 현재 명부전이 있던 곳인데 지금의 대웅전을 새로 짖기 위해 해체할 때 상량문에 사찰 내력을 밝히는 자료가 발견되었다. 그 상량문을 보면 『1990년 10월 20일 경흥사 법당 해체 중 상량도리 중앙부에서 한지(韓..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