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9. 15:00ㆍ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설국(雪國)처럼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다.
어제는 재활용하는 날이라
지저분한 잡동사니들이 아파트 앞에 잔뜩 쌓여 있었는데
흰 눈이 모든 것을 덮어 새하얀 세상이 되었다.
거짓과 위선이, 더럽고 추악함이
집단과 열성팬 조직 현상으로 편중된 군중심리와
힘에 원리에 가려져 선악시비(善惡是非)의 기준이 모호해진
작금의 우리 사회를 맑고 바르고 깨끗하게 덮어
정화(淨化)시켜 줄 그런 하얀 눈이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우리는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살이에
기회주의자가 되어 세상의 맑은소리에 귀를 막고 살고 있지 않은가?
「짐이 곧 국가다.」
이 말은 프랑스 왕국의 루이 14세가
1655년 4월 13일 프랑스 고등법원을 굴복시키기 위해
법원을 찾아갔을 때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민주화운동을 외치는 그 사람들의 속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그런데 절대 왕권의 상징처럼 회자하는
이 말을 남기 그의 말로(末路)는 어떻게 되었는가?
절대권력을 업고 각종 비리와 엽색행각을 누릴 수 있었던 그도
여름철 그렇게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삭풍(朔風)이 몰아치자
속절없이 사라져 가듯 그렇게 칭송하던 그 국민들의 비난 속에
차가운 시체가 되어 관속으로 들어가고
그 국민의 외침으로 끝내 프랑스의 대혁명이란
역사의 거대한 물결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가?
숙고해 보면 궁극적인 문제는
국민 개개인 모두가 맑고 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떤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렇지 못한 소수의 사람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무리 지어
갖가지 술수로 대다수 사람을 혼란과
분쟁의 카오스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하지만
그 국민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되고 있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권력이란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바람의 실체가 아닌가?
그래서 모든 종교는 국가가 아닌 <나>의 문제로 귀결하여
내 마음을 정화하려고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맑으면 사회가 맑아지고, 사회가 맑아지면 국가가 맑아 지는 것이다.
『법경경(法鏡經)』서문에 이른 말이 있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원이요
선악의 근본이니, 같은 곳에서 나왔으되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화(禍)와 복(福)으로 나뉘어 흐른다.
또한 마음은 몸을 수레 삼고, 집[家]을 나라로 삼아서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데 게으르거나 쉼이 없다.
집으로 인해 생겨나는 욕심은 만족시키기 어려워
바다가 모든 지류를 삼키고 불이 장작을 태우는 것과 같으며,
여섯 가지 삿된 마음의 잔혹함은 가시나무 그물이
물고기를 해치는 것보다 더 심하다.
여인네들은 아첨하는 등의 세 가지로 사람을 홀리니,
거짓말을 잘해서 믿을 수 있는 것이 적다.
이런 이유로 집이 화(禍)를 당하게 된다.
삿되고 더러운 것을 높이고, 맑고 참된 것을 천시하며,
소인배와 가까이하고, 성현을 비방하며,
송사를 일으키고, 구친(九親)을 잃는 것은, 집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경전(經典)은 갖가지 잠언(箴言)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은 길고
피로한 이에게 길은 멀다.
미련한 이에게 생사(生死)는 길고
묘한 법을 듣기는 참으로 어려워라.
不寐覺夜長,
疲倦道路長,
愚迷生死長,
希聞於妙法。
물질[色]을 보고 마음이 미혹하여
스스로 무상함을 관찰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아름답고 좋다 생각하며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지 못하네.
見色心迷惑,
不自觀無常,
愚以爲美善,
不知其非眞。
이른바 법을 지닌다는 것
반드시 많이 외우고 익히는 것 아니다.
설령 들은 것이 적다고 하여도
몸소 법을 행하여 구족(具足)하면 된다.
所謂持法者,
不必多誦習,
若少有所聞,
具足法身行。
아무리 많은 이치를 외우고 익혀도
방일하게 굴고 바른 법 따르지 않으면
목동이 남의 소를 세는 것 같아
사문의 과위(果位)는 얻기는 어렵다.
사랑이 있는 곳에 근심이 생기고
사랑이 있는 곳에 두려움 생겨나니
만일 사랑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무엇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싶거든.
악한 사람과 같이 살지 말라.
이것은 진실로 얻기 어렵나니
쾌락은 온갖 악(惡)의 근본이 된다.
夫自念欲者,
不與惡共居,
此則難獲得,
樂爲惡根本。
부용(芙蓉)이나 전단향(栴檀香) 같은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덕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풍기나니
덕이 있는 사람, 그 향기 두루 퍼진다.
이른바 사문이란
마음을 쉬고 잡생각 없애고
더러운 때 모두 없앤 자이니
그러므로 출가한 사람이라 한다.
한세상을 살면서 이 세상은 환(幻)이요,
바람인 것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에 여울지는 이 한 생각이 어리석음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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