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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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나그네
길 위에 나그네 꼭 가야 할 곳이 아니기에 그냥 떠납니다. 꼭 머물러야 할 곳이 아니기에 그냥 떠납니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가듯 호수 위의 낙엽 바람에 밀려가듯 그냥 그렇게 갔다가 그냥 그렇게 돌아올 것입니다. 두 번 별이 지고 세 번 태양이 뜨면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
2006.08.02 -
연꽃처럼 살고 싶어도
연꽃처럼 살고 싶어도 ~현림~ 매화향기 그윽하나 꽃이 져야 열매 맺고 오이 맛이 담백하나 열매져야 꽃이 핀다. 진흙탕을 벗어나 물위에만 오르면 꽃피면서 열매 맺는 저 연꽃에 어찌 비하랴. 어리석은 중생들 연꽃처럼 살고파도 그렇게 못하는 것은 젖었든 옛 진흙탕에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함이리라.
2006.07.30 -
살다보면 알게 됩니다.
살다보면 알게 됩니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지 마십시오. 살다보면 알게 됩니다. 인생이란 딱히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살다보면 알게 됩니다. 선한 일을 하면 보이지 않게 덮어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 하나는 뿌듯해집니다. 악한 일을 하면 아무리 선한 ..
2006.07.29 -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나는 바보가 된다. 아스팔트 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빗방울처럼 내 마음도 산산이 부서져 머리가 텅 빈 바보가 된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나는 벙어리가 된다. 말을 잃어버린 벙어리가 된다. 멀근히 그저 하염없이 빗소리만 바라보는 벙어리가 된..
2006.07.28 -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뒤위산의 나무들>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비바람이 한 바탕 휘몰고 간 산사의 숲 속 길 고요의 적막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찢겨진 가지의 아픔 볼 위에 흐르는 눈물마냥 잎 새 위에 구르고 어두운 밤 지센 산새들 그 몸부림쳤든 어제의 아픔도 풍경(風磬) 속에 울음을 고이 묻었다. 비바람이 한 바..
2006.07.28 -
수박터지는 소리
수박터지는 소리 초여름 장마 비가 밤새 그렇게 요란을 떨었던 천보산 오솔길 찢기고 부러진 가지 잎새에 눈물을 감추고 할퀴고 파헤쳐 진 밑둥 소박맞은 여인처럼 한 숨 짖는다. 숭숭 벌레가 먹은 떨갈나무 잎 그래도 솔방울은 이 비에 곱게도 푸르다. 네가 있어 내가 왔는지 내가 있어 네가 있는지. ..
200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