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2006. 7. 28. 00:05넋두리

 

<뒤위산의 나무들>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비바람이 한 바탕 휘몰고 간

산사의 숲 속 길

고요의 적막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찢겨진 가지의 아픔

볼 위에 흐르는 눈물마냥

잎 새 위에 구르고


어두운 밤 지센 산새들

그 몸부림쳤든 어제의 아픔도

풍경(風磬) 속에 울음을 고이 묻었다.


비바람이 한 바탕 휘몰고 간

산사의 숲 속 길

미련이 가시지 않은 엷은 안개

먼 산 위에 주저주저 내려앉는 데

밑동이 드러난 바위 위

다람쥐 한 마리 땡그란 눈으로

길손을 응시한다.


비바람이 한 바탕 휘몰고 간

산사의 숲 속 길

말없는 저 다람쥐도 바위 위에서

고요의 이 적막에 가슴이 시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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