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166)
-
삶의 길(제1부) 조고각하(照顧脚下)
조고각하(照顧脚下)란 이 말은 는 의미다. 눈비 내린 미끄러운 길이나 돌밭 너들길을 걸어갈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밑을 잘 살피고, 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잘 살피며 가라는 의미다, 또 높은 계단을 오를 때, 때로는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런데 이 평범하고 상식적인 말이 어떻게 선가(禪家)의 보도처럼 회자하고 있을까? 『조고각하』란 말은 와 등 여러 곳에서 설해져 있다. 임제종의 오조법연(法演) 선사에게는 뛰어난 제자 세 명이 있었다. 세상에서는 이 세 사람을 삼불(三佛)이라고 불렀는데, 곧 불감(佛鑑 불감혜근), 불안(佛眼 불안청원), 그리고 불과(佛果 불과극근) 선사를 가리킨다. 불과선사는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라고 칭송받는 을 남긴 원오극근 스님을 말한다. 조고각하(..
2024.02.18 -
석가모니불의 협시불과 협시보살
사찰의 당우는 봉안되는 본존불을 중심으로 그 편액 명이 정해진다. 극락보전이라고 하면 이는 아미타불을 본존임을 알 수 있고, 비로전 또는 적광전이라고 하면 비로자나불이 주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당우의 편액과 봉안된 주불이 다른 때도 있다. 그 일례로 오대산 월정사의 경우를 보면 편액은 적광전(寂光殿)인데 본존불은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다. 적광전(寂光殿)은 원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전각이다. (오대산 월정사 적광전의 석가모니불) 이와는 반대로 홍성 고산사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이 아닌 아미타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홍성 고산사 대적광전) 또 익산 숭림사의 보광전(普光殿)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는데 옛적에는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협시로 두었다. 보광전은 화엄종의 사찰에서는 비로자나불을 본..
2024.02.14 -
주왕산과 주왕굴 이야기
인간은 삶은 욕망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욕망은 자아(自我)의 존재를 확립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투쟁이기도 하지만 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취한다. 안으로는 자기와의 싸움하기도 하고, 밖으로는 남을 이기기 위해 필연적으로 투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욕망의 근본 원인은 나름대로 사람마다 그 이유가 있겠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유교에서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들고 불교에서는 오욕(五慾)을 들고 있다. 오욕(五慾)이란 불교에서 경계하는 인간의 5가지 욕망으로, 재물욕(財物慾), 색욕(色慾), 식욕(食慾), 수면욕(睡眠欲), 명예욕(名譽欲)을 말하고, 칠정(七情)은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망(欲)을 말한다. 이는 유교의 에 나온 것..
2024.02.11 -
갑진년 설날 아침에
갑진년(甲辰年) 설날 아침이다. 자식들은 멀리 있고 찾아오는 친인척도 없어 집사람과 둘이서 호젓이 차례상을 치르고 나니 홀연히 한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전생의 내 부모였을지도 모르고, 내 형제 내 자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부처님처럼 성자도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다. 하물며 중생의 옷을 벗지 못한 이 몸이 어찌 전생의 삶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만남과 헤어짐에서 초연(超然)할 수 있을까마는 가슴 한쪽에 밀려오는 허전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 만남이 그리워셨을까? (중국 법우선사 구룡벽) 서기전 500년 무렵 인도에서 활동하던 6명의 별난 자유사상가가 있었다. 불교 관점에서 말하는 육사외도(六師外道)가 바로 그들이다. 푸라나 ..
2024.02.10 -
눈 내리는 날의 소요산 풍경
눈이 내린 날의 산사는 적막하기 그지없다. 깊은 산속의 절일수록 더욱 그렇다. 웬만한 불심(佛心)이 없다면, 절에 특별한 볼일이 없다면, 누가 미끄러운 눈길을 헤쳐가며 산사를 찾겠는가. 그런데 소요산 자재암은 깊은 산속에 있는 절이 아니다. 웬만큼 큰 눈이 내려도 못 다닐 정도로 위험한 절도 아니다. 자재암은 전철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기온도 영상이라 잠시 나들이하기는 오늘따라 안성맞춤이었다. 느지막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전철을 타고 소요산으로 향했다. 자재암 가는 포장된 길은 이미 눈이 다 녹았고 숲과 계곡에만 눈이 쌓여 있었다. 단풍철이었다면 소요산 자재암 가는 길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겠지만, 눈도 내렸고 또 평일이라서 그런지 오르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2024.02.07 -
주왕산과 올빼미 이야기
주왕산(周王山) 대전사(大典寺)를 지나면 자하교와 주왕산으로 갈라지는 길에 여느 산에서 볼 수 없는 올빼미 조형물을 세워둔 이정표가 있다. 올빼미야 어느 산인들 없겠느냐마는 주왕산은 올빼미로 유명한 것도 아닌데 어떤 이유로 이런 조형물을 세워 놓았을까? 주왕산은 강원도의 설악산, 영암의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에 속하며, 봉화 청령산과 진안 마이산과 더불어 3대 기암(旗岩)에 속하는 산이다. 명산이기에 올빼미 정도야 있음 직하겠지만 유독 하고많은 산새 중에서 올빼미를 상징으로 삼았을까. 주왕산은 전설이 많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가? 주왕산은 높이 722.1m로 풍광이 뛰어나고 계곡이 깊어 은둔자들과 선사들이 이 산에 살았다 하여 대둔산(大屯山)이라 했고, 또 바위로 둘러싸인..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