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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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심(秋心)
<불암산 학도암 가는 길에서> 추심(秋心) 귀뚜리 소리에 밤은 깊어 가고 희미한 가로등 숨찬 듯 할딱거린다. 구름에 갇힌 애련(哀憐)한 달빛 바람도 걸음 멈춘 아파트 골목길에 낙숫물 뚝뚝 떨어지듯 비틀대는 취객의 노래소리 깨어진 사기그릇 되어 회색 벽을 긁는다. 모두가 떠나버린 덩그런 빈 ..
2007.10.05 -
내 인생의 가을걷이
<구름 낀 날 불암산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일몰> 내 인생의 가을걷이 가을걷이 끝난 횅한 들녘에 서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들녘에 주섬주섬 떨어진 속알머리 없는 벼쭉정이들 어느덧 내 인생에 가을은 왔건만 나의 들녘에는 돌아보아도 무엇하나 거둘 것 없다 차마 저런 벼쭉정이라도 남아있을까 ..
2007.10.03 -
민둥산의 무희(舞姬)들
<정선 민둥산에서07.09.30> 민둥산의 무희(舞姬)들 이른 새벽 눈 비비며 떠난 길 은빛 출렁이며 하늘대는 무희들 몹시도 기다렸나보다 괜시리 시심하는 하늘 얄궂은 비까지 뿌리고 먼 산의 먹구름 이럴까 저럴까 오락가락 하는데 하늘대는 춤사위 해지는 줄 모른다
2007.09.30 -
추야월(秋夜月)
추야월(秋夜月) 떠난 님 그리워 홀로 삭힌 달빛에 그슬러 숯이 된 아린 가슴 구름 빌어 전해볼까 바람 빌어 전해볼까 앞산 빌어 베게 놓고 뒷산 빌어 요를 깔고 은하수를 빌려다 은침이불 깔아 놓고 그래도 행여나 다시오지 아니할까 헤진 마음 다시 다려 기워보고 이어보고 두견아 울지 마라 네 사연 ..
2007.09.24 -
청송 주왕산에서
청송 주왕산에서 大典寺 뒤 뜰에 비석같은 바위들 도솔천의 깃발인가 마장군의 깃발인가 굽이 굽이 계곡마다 우뚝 우뚝 선 바위들 보살의 화신인가 나한의 화신인가 鶴巢臺 마루에 노닐든 청학 백학 어디로 갔느뇨 외로운 노송이 빈 둥지만 지키네 한 세상 인생살이 흘러가는 물이요 흘러가는 구름인..
2007.08.26 -
방황(彷徨)2
<불암산에서> 방황(彷徨)(2) 어디론가 떠나고픈 생각만 짓다가 바람불어 좋은 날 홀연히 길을 나섰다 떠나보니 떠나올 적 그 마음 간 데가 없고 눈앞에 비치고 담을 것 아무것 없는데 괜시리 돌아갈 길 또 한 마음 가슴 저린다.
2007.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