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3. 08:20ㆍ생각하며
한잔의 술- 그대는 망각의 마술사인가?
당신은 내가 슬플 때 찾아옵니다.
그런데 왜 나를 망각으로 몰고 갑니까?
조용한 당신이 왜 나를 잊게 합니까?
슬픔을 잊게 한다고 잊어지는 것입니까?
슬픔은 미련이 아닌데 왜 나를 망각으로 몰고 갑니까?
당신은 기뻐도 나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나를 잊게 합니다.
당신은 어째서 기쁨도 잊게 합니까?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그것을 왜 잊게 합니까?
당신은 천사입니까? 악마입니까?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옷깃을 적시는 부드러운 봄비처럼 왔다가
여름철 소낙비모양 내 마음에 퍼부어 놓고 갑니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갑니까?
당신은 나의 친구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랜 친구인 냥 아양을 부립니다.
부드러운 내 혀를 무디게 만들고
밟은 내 귀를 귀머거리로 만듭니다.
당신은 나의 친구가 아닙니다.
고향도 나이도 사는 곳도 다릅니다.
그런데 어찌 당신이 나의 친구가 됩니까?
당신은 어찌하여당신은 어찌하여
내 마음이 아플 때만
내
마음이 환희에 차 있을 때만
당신은 환각의 마술사마냥 나를 찾습니까?
당신은 왜 그렇게 내게 아픔만 주고 갑니까?
답 아닌 답을 주면서 왜 나를 속입니까?
당신은 진정 좋은 친구가 아닌 가 봅니다.
그런데도 오늘
나는 왜 당신을 찾습니까?
어둠이 깔린 이 적막한 호수에
바람에 묻혀 날리는 가랑잎처럼,
슬픔도 기쁨도 망각에 빠트리는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