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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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
만추(晩秋) 가벼워진 햇살 갈바람 타고 뽀오얀 단풍 잎 속살을 기웃댄다 샐쭉거리며 돌아서는 잎새들 실개천에 가을 자화상을 그린다
2010.11.04 -
산마루 이정표(里程標)
산마루 이정표(里程標) 목청 돋구든 매미도 한 시절 다 보냈나 숨어있던 귀뚜리가 제 소리 내는구나 여름이 머물다 간 자리 숲은 베옷을 입고 걸어온 길도 아득한데 갈 길은 운무마저 덮혀있네 거친 숨 몰아쉬며 올라온 장수대 마루길 강시처럼 서 있는 고사목 눈길을 잡는데 남교리로 내려가랴 대승..
2010.10.28 -
길에 핀 장미꽃 路地薔花
길에 핀 장미꽃 路地薔花 지가 무슨 화류계 년이라고 창가에서 추파를 던지더니 벌근 대낮에 길까지 막아서서 열흘 굶은 여우 눈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지나가는 사람들 눈 홀리나.
2010.10.13 -
가을바다 제부도에서
가을바다 제부도에서 더위를 삼킨 바다도 이제 열이 내렸나 보다. 썰물이 빠져나간 포구 발 빠른 통통배들 절름발이가 되고 어둠의 질곡에서 긴 터널처럼 드러난 회색의 아스팔트길 외롭게 걸어 온 내 삶의 길인냥 아스라하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바다가 갈라지듯 혓바닥을 뒤집어도 가슴속에 남..
2010.10.09 -
먼 산(2)
먼 산(2) 어젯밤 내린 비로 아침 바람 소슬한데 난간에 기대어 앞산을 바라보니 아득한 먼 산이 푸른 쪽빛 비집고 나온다. 黙言靑山에 늦게 나온 쪽빛이 왜 푸른지 나는 몰라도 아침에 지저귀는 저 새는 알리니 베잠방이 걷어차고 달려가고 싶구나. 흐르는 곡: 연잎바람/김성녀
2010.10.01 -
무제(無題)56
(도봉산의 일몰) 무제(無題)56 날은 저물고... 딱히 갈 곳도 없다마는.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