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의 우화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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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존자 주리반타카 이야기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기억력이 제일 뛰어난 제자는 아난입니다. 부처님의 생전 말씀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총명했는데 이와는 반대로 게송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여 바보라 불리던 한 비구(比丘)가 아라한(arhat)이 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라한이란 원시불교에서 깨달은 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테이의 제타 숲 에 계실 때입니다. 그때 비구 스님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을 반특(槃特)이라 하였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suddhipanthaka), 반타카라고도 불립니다. 그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경전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위해 존자 반타가 또는 마하반타카(cudapanthaka)라 하였는데 아우 주리반특가보다 먼저 출가하여 아라한 되어 있었습니다. 마하 반타가는 아..
2023.02.21 -
(법구비유경) 네마리의 짐승의 우화
짧은 인생에 하루가 길어 슬픈 짐승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오욕(五欲)의 물결에 떠돌다 가는 부평초 같은 인생.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이 적멸(寂滅)의 낙(樂)일까?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무릇 몸은 온갖 괴로움의 근본이요, 모든 재앙의 근원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생각을 태우며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온갖 실마리와 삼계의 모든 곤충이 서로 해치는 것과 우리를 결박해 생사가 그치지 않는 것이 모두 이 몸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여의려면 마땅히 적멸(寂滅)을 구해야 하나니, 마음을 거두어 잡고 바른길을 지켜, 말끔하게 아무 생각이 없어야 열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수없이 먼 옛날 어느 세상에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
2023.02.14 -
칭추조사(秤錘祖師) 이야기
중국 운남(雲南)에 칭추조사(秤錘祖師)란 분이 있었는데 명나라 때 사람으로 성은 채(蔡)씨이고 곤명(昆明)의 소동문(小東門) 밖에서 살고 있었다. 채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전답과 재산이 많아 부족함이 없었지만 검소하게 살았다. 틈틈이 채소를 가꾸어 시장에 내다 팔아 용돈까지 넉넉하게 챙기면서 살았다. 그런데 채(蔡)씨의 아내는 용모가 아름다웠지만 게으르고, 놀고먹기만 좋아했다. 거기다 얼굴값 한다고 끼가 있어 남편 몰래 동네 건달과 눈이 맞아 바람까지 피우곤 했다. 채(蔡)씨는 비록 그 사실을 알았지만 모르는 체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점점 간이 커진 아내는 남편이 채소를 팔러 시장으로 나가기만 하면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아예 그 건달을 집으로 데려다 놓고 놀아나곤 했다. 그러던 어느 ..
2023.02.05 -
이게 말이 돼? 안 돼? (제3화) 내로남불
요즘 우리 사회는 어느새 이 무의식적으로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데 이 말이 정치권으로 옮겨져 사사건건 양비론(兩非論)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일례로 하나의 예술작품에 대해서도 창작이다, 외설이라고 하는 양비론이 제기되고, 또 시민의 절세(節稅)를 위한 후원금이라고 한편에서는 주장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받은 뇌물이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예술이 무엇인지, 기부금과 뇌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아리송아리송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는 본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몰된 아전인수(我田引水)요, 아시타비(我是他非)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편의 말은 따질 것 없이 옳은 것이고, 상대편의 말은 무조건 그르다는 식..
2023.02.04 -
이게 밀이 돼? 안 돼? (제2화) 공자의 부친 숙량흘 이야기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으로 꼽히는 공자(孔子)의 부친은 숙량흘(叔梁紇)이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의 여자에게 장가가서 딸만 아홉을 두었다. 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숙량흘은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얻어 아들 맹피를 낳았다. 그러나 그 아들은 다리가 불구였고 어려서 일찍 죽었다. 그러자 숙량흘은 64세가 넘은 나이에 다시 젊디젊은 안 씨의 셋째 딸 안징재에게 구혼을 하여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공자다. 안징재의 결혼 당시 그때 나이는 방년 16세라고 한다. 대(代)를 잇고 싶어 하는 것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특히 효(孝)를 중시하는 유가(儒家)를 신봉하는 국가에서는 대를 잇지 못하면 불효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공자의 아버지 숙량..
2023.02.02 -
이게 말이 돼? 안 돼? (제1화) 구마라집 이야기
구마라집(鳩摩羅什 344-413)은 구자국(龜玆國) 사람이다. 구자국은 지금의 쿠차(庫車) 지역이다. 구마라집은 , , 등 35부 348권에 달하는 방대한 산스크리트 불교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한 4대 역경가들 가운데 한 분으로 삼장법사로도 유명한 분이다. 그러나 그의 출생 내력은 참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전해 온다. 구마라집의 조부는 구마달다(鳩摩達多)로 대대로 천축국의 재상으로 지낸 명문가이며 그의 부친 구마염(鳩摩炎) 또한 대대로 재상가인 명문가의 후손답게 천부적으로 총명했고 지조도 높아 부친의 뒤를 이어 재상으로 추천될 정도였다. 그런데 구마염은 이를 사양하고 출가(出家)해서 동쪽으로 파미르고원을 넘어 구자국 건너가 그곳에 머물며 수행을 하고 있었다. 당시 구자국의 왕은 구마염이 출가하여 구자국에 ..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