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비유경) 네마리의 짐승의 우화

2023. 2. 14. 23:10경전속의 우화들

 

 

짧은 인생에 하루가 길어 슬픈 짐승이 인간이라고 했던가.

오욕(五欲)의 물결에 떠돌다 가는 부평초 같은 인생.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이 적멸(寂滅)의 낙(樂)일까?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무릇 몸은 온갖 괴로움의 근본이요, 모든 재앙의 근원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생각을 태우며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온갖 실마리와 삼계의 모든 곤충이 서로 해치는 것과

우리를 결박해 생사가 그치지 않는 것이

모두 이 몸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여의려면

마땅히 적멸(寂滅)을 구해야 하나니,

마음을 거두어 잡고 바른길을 지켜,

말끔하게 아무 생각이 없어야 열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보타낙가산 최고봉의 사찰 혜제사

"수없이 먼 옛날 어느 세상에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을 정진력(精進力)이라 하였다.

그는 어느 산속의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도를 닦고 있었다.
그때 네 마리 짐승이 항상 그의 곁에 의지해 편안히 살고 있었는데

첫째는 비둘기요, 둘째는 까마귀이며, 셋째는 독사요, 넷째는 사슴이었다.

이 네 마리 짐승은 낮에는 나가 먹이를 구하다가 날이 저물면 돌아오곤 하였다.

어느 날 밤 네 마리 짐승은 저희끼리 서로 물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괴로운가?'

 


까마귀가 말하였다.
'배고프고 목마른 것이 가장 괴롭다. 배고프고 목마를 때에는

몸이 피로하고 눈이 어두워지며 정신이 편치 못해서

그물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작살이나 칼날도 돌아보지 못한다.

우리가 몸을 죽이는 것이 모두 그것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고프고 목마른 것이 가장 괴롭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둘기가 말하였다.
'음욕이 가장 괴롭다. 색욕(色慾)이 불꽃처럼 일어날 때는

아무것도 돌아보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몸을 위태롭게 하고 목숨을 잃는 것이

모두 그것으로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다.'

 

독사가 말하였다.
'성내는 것이 가장 괴롭다. 독한 마음이 한 번 일어나면

친소(親疎)를 가리지 않고 남을 죽이기도 하고 또 스스로 죽기도 한다.'

 

속리산 사향노루

 

사슴이 말하였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장 괴롭다.

나는 숲속에서 놀면서도 늘 마음으로 사냥꾼이나 늑대나

이리들에게 습격당할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다가

어디서 그럴싸한 소리가 들리면 곧 내닫다가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언덕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어미와 새끼가 서로 헤어져

애를 태우며 슬퍼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장 괴롭다고 말하는 것이다.'

 

남양주 백천사

비구가 그 말을 듣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논하는 것은 곧 지말적인 것만 말하는 것이지,

아직 괴로움의 근본을 궁구하지 못한 말들이다.

천하의 괴로움으로는 몸보다 더한 괴로움이 없다.

이 몸은 괴로움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서 근심과 두려움이 한량없다.

그러므로 나는 속세를 버리고 도를 공부하되, 뜻을 없애고 생각을 끊어

이 몸[四大]을 탐하지 않고, 괴로움의 근원을 끊으려고

오직 열반[泥洹]에 뜻을 두는 것이다.

열반의 도는 아주 걱정하여 형상이 없는 것이니, 근심과 걱정이 영
영원히 끝나야 비로소 큰 안락을 얻는 것이다.'
네 마리 짐승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곧 열렸느니라."

 

경주 골굴사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음욕보다 더한 뜨거운 것 없고
성냄보다 더한 독(毒)이 없으며
몸보다 더한 괴로움 없고
열반보다 더한 즐거움 없네.

조그만 즐거움과 조그만 말재주와
조그만 지혜를 즐거워하지 말라.
자세히 관찰해 큰 것을 구하면
비로소 큰 안락 얻게 되리라.

나는 이 세상 높은 이 되었나니
영원히 해탈해 근심이 없네.
삼계의 중생 바르게 제도하고
혼자서 많은 악마를 항복 받았네.

칠불암의 마애불

위의 이 이야기는 『법구 비유경』

제23품 안녕품(安寧品)에 나온 이야기를 발췌 편집한 것이다.

유명한 시인이요 대문장가로서, 뛰어난 경륜을 지닌

정치가이기도 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나라의 백낙천(白樂天, 772~846, 본명은 居易)이

나무 위에서 참선하고 있는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를 찾아

불교의 진수를 묻자 일러준

<칠불통게(七佛通偈)>의 일화가 생각난다.

"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라는 이 말.

3살 난 어린이도 아는 이 말이지만.

80 난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이 말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