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과교리해설(116)
-
삶의 길(제3부)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대한 소고(小考)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은 붓다의 탄생게(誕生偈)에서 나오는 말이다. 경전에 따라 이어지는 레토닉(retoric)이 다양하다. 파리어 경전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라고 했다. 번역하면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고, 삼계가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라는 의미다. 한역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천상천하 유아위존 요도중생 생로병사 [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 라고 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 요컨대 나는 중생들을 생로병사에서 건질 것이다.’라는 뜻이다. 는 좁게 보면 중생이 사는 이 세계가 되고, 넓게 보면 삼계(三界)가 된다. 삼계(三界)를 내용상으로 보면 육도(六道..
2024.03.09 -
삶의 길(제2부) 불이(不異)와 불이(不二)의 소고(小考)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보면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라는 말이 나온다. 色이 空과 다르지 않고(不異), 空은 色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어서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고 했다. 色이 곧 空이요, 空이 곧 色이라는 의미다. 앞의 구절에서는 란 말이 이란 말로 바로 로 비약하여 말하고 있다. 가 는 말로 바로 이어지지만 중간 설명이 비어 있다. 경은 12처 6식 등으로 세분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이른 차처(此處)하고 그 의미만을 살펴보자 먼저 불이(不二)라는 말을 살펴보자. 불광대사전에 의하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불이(不二)는 一實의 理가 如如平等하여 분별이 없으므로 不二라 한다. 보살은 분별이 없으므로 一實平等의 理에 悟入하므로 入不二法門이라 한다. 유마경 入不二法門品에 ..
2024.02.26 -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팔정도(八正道)의 정(正)의 의미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선가(禪家)의 말을 빌리자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의미다 불교 공부를 하다가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난삽(難澁)한 교리의 체계를 따라가다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쉽게 말해 달을 쳐다보려다 목이 휘어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용인 와우정사에서) 일례로 팔정도(八正道)에 대한 교리의 설명을 보자. 『팔정도(八正道)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대승불교권에 속하지만, 불교를 믿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 팔정도에 의하여 수행하고 생활하게 되어 있다. 이 팔정도는 팔지성도(八支聖道)라고도 ..
2024.01.31 -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제1부 논의 대의
선가(禪家)에서는 선(禪:samádhi)을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한다. 말과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경지라는 의미다. 그런데 유일하게 선을 논한 것이 바로 원효대사가 지은 의 논서이다. 다이아몬드는 금강석이라 이름하는 데 모든 금속을 자를 수 있는 가장 강한 돌이다. 불교에서 금강(金剛)이란 이를 비유로 일컫는 말로 견실(堅實)을 본체로 삼고 깨트리는 힘을 작용으로 삼는다. 금강삼매론도 그러하여 실제(實際)를 본체로 삼고 파천(破穿)을 그 공능으로 삼는다. 모든 의혹을 깨트리고 선정(禪定)을 관통하는 의미로 금강삼매라 한 것이다. 금강반야경과 차이점은 금강반야경은 혜(慧)요, 금강삼매경은 정(定)이란 것이다. 선(禪:samádhi)에 몰입하는 것을 삼매(三昧)라 하며 한문으로는 정사(正思)라 하는데 이는..
2023.03.27 -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와 함허득통 화상
금강경은 불교 반야경 중에서도 백미로 일컬어지는 경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며 이의 해설서인 금강경오가해는 조선 초기 배불정책과 배불론 속에서 불교의 정법과 이치를 밝힘으로써 불교를 지켜내고자 애썼다는 함허화상(涵虛和尙)으로 알려져 있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함허(涵虛·1376~1433) 화상은 조선전기의 승려로 법명은 기화(己和)이며, 속명은 유수이(劉守伊), 호는 득통(得通) 또는 무준(無準)이며, 함허는 그가 머물던 당호가 함허당(涵虛堂)이므로 함허득통이라 칭한 것이다. 속성은 유(劉) 씨며 남원에서 출생했다. 아버지의 이름은 청(聽)이며 벼슬은 전객시사(典客侍事)를 지냈고, 어머니는 방(方) 씨였다. 21세 때 성균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벗의 죽음을 보고 세상의 무상함과 몸의 허망함을..
2023.03.05 -
금강경의 무주상 보시
산림청의 이야기를 따르면 전국에서 산새가 가장 많은 산은 불암산이 으뜸이라고 한다. 사실, 불암산을 오르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많은 산새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까마귀와 까치들이 유난히 많다. 까마귀와 까치는 여느 새보다 사람의 인기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새다. 그런데 요즘 심심찮게 마을까지 내려와 전깃줄이나 가로등에 내려앉기도 하고, 골목길은 물론 심지어는 아파트 배란다 난간 쪽도 기웃거린다. 산에는 낙엽이 쌓여 있고, 또 지금은 겨울이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이유로 산에는 산새가 먹을 양식이 없어져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불암산 둘레길을 걷다가 조금 외진 쪽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내가 쉬고 있는 바로 뒤편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나를 주시한다. 아주 드문 ..
202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