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33구 (무생자비와 인욕)

2024. 9. 20. 20:37증도가

 

비방에 의해 원망과 친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어떻게 남이 없는 자비 인욕을 나타내겠는가.

 

<原文>

不因訕謗起怨親(불인산방기원친)

何表無生慈忍力(하표무생자인력)

 

비방을 받고서도 원망과 친함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느니

그러하지 못하면 어떻게 남이 없는 자비와

인욕(忍辱)의 힘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의미다.

남의 비방이나 원망 등의 소리를 듣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앞서 설명한 법주지(法住持)의 인욕(忍辱)이다.

 

입으로 짓는 비방이나 원망하는 소리, 망령된 말[妄語]

파괴하는 말[破壞語]ㆍ추악한 말[麤惡語]ㆍ

잡되게 희롱하는 말[雜戱語] 등을 듣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 마음에 번뇌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라는 생각과 <나의 것>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없었다면

마음은 일체 모든 소리에 무심(無心)하게 될 것이다.

비유하자면 나뭇가지에 스쳐 가는 바람 소리를 들을 때

<나>와 <내 것>이라는 생각이 없으므로

선악 시비 등의 생각이 일지 않음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경(經)에 이르기를

「본래 가진 참 마음을 지켜서 망념이 일어나지도 않고,

<나>다 <내것이다> 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자연히 부처님과 똑같다.(대정장)」 라고 했다.

(守本眞心 妄念不生 我 我所心 滅하면

자연히 부처와 平等하다)

 

『오문선경(五門禪經)』에서도

「모든 중생에 대해 인욕 하면서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이 중생인(衆生忍)이다.

중생인을 얻은 사람은 쉽게 법인(法忍)을 얻는다”」

라고 하였다. 법인(法忍)을 얻은 사람은

이른바 “제법(諸法)이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필경공(畢竟空)의 모습임을

능히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이 법인을 무생인이라고 한다.

식심(識心)이 적멸(寂滅)하여

일호(一毫)의 망념도 동요함이 없으면

이것을 무생인이요,

無上正覺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승조대사가 이르기를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설하게 된 것은

「중생은 본래 공한 것이지만 이를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그러함으로 보살이 이러한 법을 말하여

그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니,

거기에 무슨 네가 나가 있겠는가?

중생이 공한 줄을 관(觀)하면

그를 제도하는 심행(心行)도 또한 공(空)한 것이다.

이 공한 마음을 가지고 공한 가운데에 행하는 것이

무상(無相)의 참다운 자비이다.

만일 중생을 제도하는 마음이 있어

이를 자비한 마음이라 하다면

이는 벌써 헛되고 속이는 자비이니

새삼 무엇을 말하겠는가?」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