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2. 00:10ㆍ야단법석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의미
구도자란 삶에서 <나>를 찾아가는 자이다. 그것은 침묵의 소리를 듣고, 두 문장의 빈 공간을 읽는 자며, 소리 없는 웃음을 즐기는 것이다. 돌은 말이 없지만 수석가들은 돌을 즐기고, 나무와 꽃은 말이 없어도 원예가들은 이를 즐긴다. 산은 말이 없지만 인자(仁者)는 산을 즐기고, 강은 말이 없지만 지혜로운 자는 물을 사랑한다. 그러나 구도자는, 깨달은 이는 이 모든 것을 즐기는 자다. 만유(萬有)를 수용하고 만유와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 구도자의 삶이다. 만유가 그대요 그대가 만유이기 때문이다.
바이샬리에 수다스(sudas)라는 가난한 구두장이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집 가까이 있는 연못에서 제철이 아닌데도 연꽃이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매우 행복했다. 무척 비싼 가격에 그것을 팔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연꽃이었다. 그는 그 연꽃을 가지고 그 도시에 사는 제일 큰 부잣집을 찾아가기로 갔다. 그 집에 가는 도중에 그는 황금마차가 그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마차에는 자기가 찾아가고 있는 그 부자가 타고 있었다. 부자는 수다스가 들고 있는 연꽃을 보았다. 마차에 탄 그 부자는 마차를 세우고 그에게 말했다.
『그대는 그 연꽃을 나에게 팔지 않겠는가?』
그러자 수다스는 연꽃 값을 얼마를 불러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장자께서는 얼마나 돈을 주시겠습니까? 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 부자가 말했다.
『그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분은 지금 마을 어귀에 있는 망고나무 밑에서 설법을 하고 계신다. 나는 그분의 발아래 이 희귀한 연꽃을 바치고 싶다. 아마 그 분은 제철이 아닌 때 핀 이 연꽃을 보고 놀라실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금화 오백냥을 주겠다. 그만하면 팔겠느냐?』
수다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적어도 금화 한냥 값 정도는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큰돈은 상상도 못해 본 액수였던 것이다. 마침 그때 왕이 지나가다가 그 장면을 보고 수다스에게 말했다.
『그 부자가 돈을 얼마나 부르더라도 내가 그 네 배를 그대에게 주겠으니 그 연꽃을 내게 팔아라.』
수다스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황금 오백냥도 어마어마한데 그것의 네 배를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금화 이천냥이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부자는 오기심이 발동했다. 왕에게 질 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왕보다 더 부자였다. 그래서 부자는 수다스에게 말했다.
『흥정은 내가 먼저 했다. 그 꽃은 내게 팔아야 한다. 나는 왕이 부르는 금액에 다시 네 배를 주겠다.』
그리하여 경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네 배, 네 배 계속해서 그 연꽃의 가격은 올라갔다. 수다스는 숫자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자 그만 가격을 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왕과 부자의 대화에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나는 이 연꽃을 팔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둘 다 똑같이 말했다.
『무엇 때문인가? 그대는 더 많은 돈을 원하는가?』
수다스가 말했다.
『아닙니다. 이 연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는 몰라도 두 분께서 서로 석가모니 부처님께 이 연꽃을 바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 분을 잘 모르지만 이제 그분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두 분께서 서로 이 연꽃을 가지려고 싸우시니 나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내가 직접 이 연꽃을 그분에게 바치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그분은 크게 놀라실 것입니다.』
그는
무척 가난했지만 그 엄청난 돈을 거절했다. 수다스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찾아갔다. 그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왕과 부자가 그 이야기를
석가모니 부처에게 먼저 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는 구두장이에게 놀랐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떤 가격에도 그 연꽃을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보물들을 다 주고서라도 그 연꽃을 사려고 했는데 그는 거절했습니다.』
그때 수다스가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 와서 절을 하고 그의 발을 만지면서 연꽃을 바쳤다. 석가모니 부처는 말했다.
『수다스여, 그대는 왜 이 꽃을 팔지 않았는가? 나는 돈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대에게 그런 돈을 줄 수가 없다.』
그러자 수다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당신께서 친히 이것을 받아 주시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이 왕국 전체보다 더 큰 것이며, 부자의 모든 보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괜찮습니다. 내 생계는 내가 충분히 꾸려 갈 수 있습니다. 나는 부자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일이 몇 백년이고 기억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기억하는 한 이 수다스 역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친히 받아만 주십시오.』
부처는 손으로 그 연꽃을 받았다. 그때는 아침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아침 설법을 들으려고 모여 있었다. 부처는 단지 연꽃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서 한 시간이나 지났건만 그는 연꽃을 들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저 연꽃은 아마도 신통력이 있는 꽃인가 보다. 부처님은 연꽃만 보고 계시지 않는가?』
그때 마하가섭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그 전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경전에 나와 있다. 석가모니 부처는 그를 불러서 그 연꽃을 전해 주면서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연꽃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향기와 빛을, 나의 침묵을 그대에게 전하노라. 이제 나의 법을 마하가섭에게 전하니 이 연꽃은 그것의 상징이다.』
이것이 선의 시작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전법의 시작이요, 교외별전의 시작이다. 『시심마 이것이 뭐꼬?』 라는 질문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마하가섭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거기에 있었고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저 부처님의 발을 만졌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로 되돌아 와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경전에는 마하가섭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대들은 나의 스승님께 가서 여쭈어 보라. 그가 살아 계시는 한 나는 어떤 대답도 할 권리가 없다.』
그때 석가모니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다. 내 모든 경험들은 이제부터 말없는 가운데 전해 질 것이다. 그것을 전해 받는 사람은 완전히 수용적으로 되어야 한다. 마하가섭은 그의 미소로서 자신의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대들은 왜 그가 웃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그 순간에 갑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웃은 것이다. 바로 그때 그는 한사람의 부처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의 상징으로 그에게 연꽃을 주었다. 나는 그가 깨달았음을 인정한다.』
바로 이 사람 마하가섭이 선의 초조가 되었다. 마하가섭과 석가모니 부처와의 그런 관계에서부터 선이라는 큰 강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000년이란 세월이 흘러 달마가 중국에 건너와 새로운 선을 열었다. 그래서 조계의 맥이 태동되었다. 마하가섭 이후로 천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말이다.
한 송이 꽃을 보고 짓는 그 웃음 ― 이는 중생으로 하여금 중생의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소리 없는 미소였다. 인간이라고 하는 그대 자신의 본성을 일깨워 주기 위한 미소였다. 만유에서 나와 만유로 돌아가는 그대 본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둘이면서 둘이 아닌 그대의 자각을 깨우쳐 수용(收容)과 무애(無碍)의 길을 보여주기 위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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