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經典)이란.

2006. 8. 29. 23:50야단법석

 

<남해의 섬들>

 

경전(經典)이란.


경전이란 

진리의 바른 길을 밝히고

허망한 길을 버리도록 일깨우는 문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진실과 허망을 상대적으로 수립하는 것은

모두 중생들의 분별하는 의식과 그 표현인 언어를 따르는

교화(敎化) 차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옛 조사들이 이르시길

『이 마음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이 사람마다 한 권의 심경(心經)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법, 어느 사물이 마음에 근거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으랴.

다만 마음의 땅을 사무쳐 깨달아야 한다.』

고 했듯이, 자성을 단박에 본 사람이라면 뉘라서

이 경전을 다시 굳이 논할 필요가 있겠는가.


진여일심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자라면

그 모두는 빗나간 것이며

설사 우리의 마음 밖에서

깨달음의 결실(佛果)을 따로 추구하는 자라면

그들 모두는 올바른 수행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으로 비록 경전이라고 하드라도

단정적으로 수행해야 할 법이 있고,

수행해야 할 길이 따로 있다는 견해를 갖는다면

이 모두는 진리의 근원인

이 한 마음 자체의 근본이념을 잃는 것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상에 존재하는 사물마다

그것이 마음의 모습임을 보고 그들 인연을 따라서

본성을 알 수 있다면 하나의 법이라 해도

마음 밖에서 안으로 상대적인 모습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한 법도 마음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한 법도

여러 가지 실재하는 물질의 요소가 화합해서 있지도 않으며,

한 법도 원인 없이 자연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다면 하나의 티끌이라 해도 그 모습을 실재로 여기고

집착으로 안주하겠다는 견해를 갖지 않게 되는데

어떻게 현상의 모든 세계가 시간을 따라서

현재의 사물은 과거로 흘러가고

과거의 사물은 현재로 흘러온다(萬法去來)라고

상대적인 모습에서 관찰하겠는가?

그럼으로 선가(禪家)에서 이르길

 『모든 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가느냐?』

라고 하는

<만법귀일(萬法歸一) 일귀하처(一歸何處)> 라는 화두를 둔 것이다.


이야말로 철저하게 근본이념을 밝힌 것이며,

정상의 끝까지 꿰뚫어서 자성을 본 경지인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서는 마음마다 도에 합하고

생각마다 근본이념을 위배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간적으로 움직임을 따라서 흘러가고

고요함을 따라서 안주함이 동시적이며,

시간적으로 예와 지금이 하나의 모습으로 관통하게 될 것이다.


낯설고 외로운 어두운 밤길에 앞을 비쳐주는 불빛이 없다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강을 건넘에 뗏목이나 나룻배가 없다면

물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을 비쳐주는

등(燈)과 같은 불이 있고, 나룻배나 뗏목이 있다면

안전하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듯이

경전은 피안으로 가는 뗏목이요, 나룻배요, 등불인 것이다.


당신이 만약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간다고 치자.

지도도 없이 여행을 떠난다면 십중팔구는

목적지를 벗어나 엉뚱한 길을 헤맬 것이며,

생각지도 못한 험한 경우를 당할 수 있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예정된 시간을 지나서도

목적지에 이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를 따라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다면

비록 험한 경우를 당하여도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기에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바른 길을 찾아 무사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경전은 이와 같이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지도요, 이정표인 것이다.


그러나 경전은 진리수행 과정에서 피안(彼岸)에 이르는 다리요,

열반이라는 이상향을 오르는 사닥다리요,

고해(苦海)의 바다에서 청정한 불국토의 세계로 건너가는 뗏목이요,

나룻배요, 달을 가르치는 손가락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이정표이지 결코 그 목적지가 아님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종경록>에 이르길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싶어 한다면

법보(法寶)인 삼장을 펴서 살피고,

그것을 낱낱이 소화하여 자기에게로 귀결시킨다면

그 언어들 모두가 진여일심에 그윽이 하나의 모습으로 합하리라.

그러나 단지 의미상의 문자만을 굳게 집착하여

언어에 따른 이해만을 하지 말고,

모름지기 언어로 설명한 그 이면의 근본이념을 탐구하여

그 근본이념에 하나의 모습으로 일치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이는 <화엄경>에서 말했듯

『일체의 존재하는 사물이

일심인 자성에 상즉(相卽)한 모습을 안다면(知一切法 卽心自性)

깨달음을 경유하지 않고

모든 사물의 자체 몸인 지혜법신을 성취하리라(成就自性 不由他悟)』

라고 했던 것과 같은 경우이다.


경전을 통해 진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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