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지우며

2006. 8. 20. 09:20선시 만행 한시 화두

 

<이열모화백의 의상대> 

 

 

번뇌를 지우며

   ~한암스님이 경봉스님에게~


물소리와 산빛 모두 고향이니

전단향나무 조각조각 온통 향그럽네

더러운 마음의 집착을 버리니

세월은 그냥 흐르는 물같네

다만 한 생각 번뇌 없으면

번거로이 세상사 붉다 누르다 논할 게 없네

납승은 항상 바른 법을 만나기 어려워서

가을밤이 이슥토록 좌선만 하네.


멀리 떠난 나그네 고향길을 잊었구나.

고향에는 감자가 달고 나물도 향기롭다만

달이 뜨니 일천 봉우리 적적하고

바람부니 온갖 나무 서늘하네

영마루에 한가로운 구름이 희고

뜰에는 어느덧 낙엽 물드네

온갖 것의 참 모습을 보오.

콧구멍은 하늘을 향해 뚫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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