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7. 00:31ㆍ잠언과 수상록
미루어서 좋은 것과 나쁜 것
속도위반 차량을 단속하려고
경찰이 20번 국도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차량 한 대가
어기적 어기적 기어오고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최고속도와 최저속도라는 것이 있다.
너무 빨리 달려도, 너무 천천히 가도
사고가 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차가 가까이 오자 신호를 보내 세웠다.
안에는 꼬부랑 할머니 네 분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순경 양반 왜 잡수? 우리는 아무 잘못 한 것도 없는디?』
『할머니, 여기 고속도로에요. 제한 속도라는 것이 있어요.
너무 천천히 달려도 사고가 납니다. 제한속도는 지켰어야죠?』
『먼 소리여? 아, 시방 도로 표시판에 씌어진 속도보고
시속 30키로로 달려 왔는디?』
『아, 그건 속도 표시가 아니고 국도 표시입니다.
30번 국도라는 뜻이예요.』
『오매, 그걸 몰랐네, 고맙소 순경양반.』
『그런데 할머니, 왜 저 할머니들은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아, 그거? 걱정 마시오, 좀 있으면 괜찮아질게야.
방금 210번 국도를 달려 왔거든.』
인생이란 조급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대가 세운 그대의 인생 이정표가 잘못되면
할머니가 차를 몰 듯 그렇게 조급해진다.
빨리 가야할 곳은 느리게,
천천히 가야할 곳을 빨리 움직이게 된다.
욕망이란
인생의 이정표를 잘못 읽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 천천히 가야 할 길은 빨리 가려고 속도를 내고,
빨리 가야할 길은 느리게 움직인다.
그대 인생을 돌아보라.
욕망에는 속도를 내고, 그대 자신의 수행에는 천천히,
아니 아예 멈추어 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분노하는 일에는 가속을 내면서도,
자기수행에는 더디게 움직이고 있지는 않는지.
분노하는 일을 하루나 이틀 미룬다고 속해볼 일은 없다.
아예 미루어 버린다고 해서 해될 일은 없다.
그러나 그대의 수행을 하루나 이틀 미루면
미루는 그만큼 그대는 그대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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