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같이 되어라

2006. 5. 31. 11:26잠언과 수상록

 

 

 

 

거울과 같이 되어라


삶은 거울과 같이 되어야 한다.

그대의 가장 내적인 존재는 거울과 같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비췬다.

거울은 <행위자>가 아니라

그저 <지켜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거울에는 어떤 것과 동화할 수 있는

주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물이 다만 거울에 비췰 뿐이다.

거울은 <반응>을 하지 않는다.

다만 <감응>할 뿐이다.


 

붉은 색이 오면 붉게 응답하고,

검은 색이 오면 검게 응답할 뿐이다.

거울은 결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저것은 추하다.』

추한 여자가 거울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거울은 아름다운 여자가 그 앞에 서 있을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응답하고 있다.


거기 어떠한 분열의식도 없다.

무엇이든지 거울 속에 비췬다.


거울은 자기에게 비췬 것에 대하여 해석을 가하지 않는다.

거울은 결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대는 나를 몹시 혼란시키고 있다.』

『좀더 가까이 오라. 참 아름답구나.』

거울은 결코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거울은 다만 비춰 줄 뿐이다.


친구나 원수 따위의 어떠한 분별의식도 일으키지 않는다.

거울은 분별의식을 일으킬 수 있는

그 어떤 요소도 가지고 있지 않다.

 


건강과 질병, 굶주림과 배부름,

봄과 가을, 젊음과 늙음, 태어남과 죽음,

미움과 시기, 분노와 질투,


이 모든 현상은 거울 밖에서 일어난다.

결코 거울 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비동화(非同化)이다.

이것이 구도자의 길이기도 하다.

거울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삶의 길이다.


예민한 필름이 되지 말라.

그것은 동화(同化)되는 것이다.

카메라의 렌즈에 잡히는 것이면

무엇이던지 필름은 즉시 그것과 동화된다.

그것과 하나가 된다.

이 필름이 되지 말라.

거울이 되어야 한다.


누가 거울을 지나 거울로부터 멀어져 갔다고 해서

거울은 그 지나간 것에 대하여 달라붙지 않는다.

거울에는 과거가 없다.

거울은 결코 좀더 머물러 달라고 달라붙지 않는다.

그 속에 비춰진 것을 붙잡고자 한다면 그것은 거울이 아니다.

상황이 지나가면, 사물이 지나가 버리면,

거울의 비췸도 가 버린다. 흔적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그 어떤 흔적도 거울에는 없다.

거울은 단지 빈 상태로 남는다.

진공으로 남는다.


이것이 깨달은 자의 마음이다.

이것이 진정 삶의 바른 길이다.

그대가 그 앞에 서게 되면

거울은 그대 모습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거울로부터 멀리 가 버리면

거울은 텅비어 버린다.

그대에 대한 추억조차 없다.


거울은 과거가 없다.

깨달은 자도 과거가 없다.

거울은 미래가 없다.

깨달은 자도 미래가 없다.


거울은 기다리지 않는다.

『누가 내 앞에 오고 있는가? 누가 내 속에 비취려고 하는가?』

『나는 이 사람이 오는 게 좋다. 저 사람은 싫다.』

거울은 이런 식의 선택을 갖고 있지 않다.

거울에는 선택이 없다.

 

 

 


거울의 이 상징을 이해하라.

이는 내적인 자각의 실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대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게 동화하지 말라.

그대 자신 속에서 거울로 남아 있으라.


우리의 삶에서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거울과 같은 자각(自覺) 속에 머물 수만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모든 상황이 변해 버린다.

그대는 이제 처녀로서, 처녀의 그 순결과 순수로서 남는다.

순결하지 않은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가 거기 있기 때문에 그대의 거울 속에 그가 비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가 버리게 되면

그대의 진공(眞空)은 처녀림(處女林)으로 남는다.


이 삶에서, 고통스러운 이 삶에서

중생이 가야할 길은

바로 이 거울과 같은 삶이다.

그럼으로 그대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대가 필름이 되면 삶은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분노가 오면 분노와 동화되고,

미움이 오면 미움과 동화되고

슬픔이 오면 슬픔과 동화되기 때문이다.

흐르는 곡: 산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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