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떠나버린 숲에서

2006. 5. 16. 23:59넋두리

 

 

 

 

바람도 떠나버린 숲에서


바람도 떠나버린

한 낮의

적막이 감도는 숲 속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둘러 쌓인

오솔길 옆


초라한

길손이 하염없이 앉아 있다.


축 늘어진 한손엔 소주병

고개는 천길만길 아래를 응시한다.


산새도 떠나고

바람도 떠나버린

이 적막한 숲 속에


무슨 사연 그리 깊어

저렇게 머물까.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어리는 데


오늘따라

손에든 단주(短珠)가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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