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기고 간 것

2006. 5. 17. 23:53넋두리

 

 

 

 

바람이 남기고 간 것


바람이 지나가니

나무가 그렇게 점잖을 수가 없다.


부처님 손처럼

내려뜨린 푸른 잎새들


바람이 지나간 간 자리에

바위 같은 고요가 내린다.


그 나무숲에 서면

태고의 신비가

한걸음으로 몰려온다.


알 수 없는 힘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 힘에 못이겨

나는 돌장승이 되어

벙어리가 되고

장님이 되어버린다.


바람이 지나가면

나무가 그렇게 점잖을 수가 없다.


흐르는 곡: 깊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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