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줄이기

2006. 3. 29. 22:04삶 속의 이야기들

 

 

바지줄이기


어느 마을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도 아우도 모두 결혼해서 분가해 따로 살았다.

그런데 모두 딸만 3을 낳고 아들이 없었다.


그런데 형의 집안은 항상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집안이 화목하고 애정들이 각별했다.

아우의 집은 그렇지 못했다.

동생은 항상 형님네 집식구를 볼 때마다 부러워했다.

그리고 속으로

 “도대체 형님은 돈을 얼마나 벌었기에

저렇게 행복하게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일요일 날 형님 댁을 찾아갔다.

얼마나 잘살아서 그런가 보러간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니 웃는 얼굴로 형님이 나왔다.

그런데 입고 나온 바지가 이상했다.

입고 있는 골덴바지의 길이가 이상했다.

반바지보다는 길고, 정상복 보다는 너무 짧았다.

예고 없이 찾아와서 형님이 남의 바지를 입고 나온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집 식구 중에는 형님 외에는 남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알아챈 형님은 웃기만 했다. 동생이 물었다.

“형님 바지가 왜 그래요?”

왜 그렇게 이상한 짧은 바지를 입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러자 형님을 겸연쩍은 얼굴로 웃으면서 자초지종을 말했다.

“어제 말이야, 늦게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거리에서 이 골덴바지가 좋아 보이길래 하나를 샀는데 길이가 너무 길어서 안식구에게‘이 바지단 좀 줄여놔’하고 부탁을 했지. 그런데 저녁무렵에 바지단을 짤라만 놓고 시장을 갔지 뭐야. 마침 회사에서 일찍 돌아온 큰딸이 이 짤린 바지를 알지 못하고 어제 내가 한 말을 방안에서 들었는지 자기 딴에 엄마를 도와준다고 다시 짤라 놓은 거야. 그리고 친구 전화를 받고는 금방 나갔다 돌아와서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짤라만 놓고만 나갔지. 그런데 대학 다니는 둘째 놈이 학교에서 돌아와 이 짤라 놓은 것을 모르고 다시 짤라지 뭐야. 그래서 이 바지 길이가 이렇게 된거야. 밖에 입고 나가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그렇고 그래서 집안에서 그냥 입고 있는거야.”

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형님과 한참 동안 웃다가 동생은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님이 한 것처럼 바지를 하나 사들고 들어가 바지 단을 줄여달라고 안사람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다음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어제 자기가 갔다놓은 그 자리에 바지가 그냥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다.

“어제 바지단 줄이라는 것 어떻게 해서?”

그러자 아내는 방에 있는 첫 째딸을 향해 소리쳤다.

“첫째야, 아버지 바지단 줄이는 것 어떻게 했니?”

첫 째딸이 말했다.

“오늘 회사일 바빠서 둘째한테 부탁해 놓았어요.”

어머니는 둘째 딸에 방에 가서 물었다.

둘째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공부 하기도 바쁜데 내가 언제 그것을 할 수 있어요.

셋째에게 맡겼으니 셋째한테 물어보세요.”

어머니는 다시 셋째딸에게 바지단을 어떻게 했는냐고 물었다.

그러자 셋째딸은 퉁명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세탁소에 갖다주면 다 해 주는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떨어요,

내일 세탁소에 갖다줄께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기가 막혔다.

그리고 왜 형님네들 가족은 그렇게 화목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가정도, 사회도

행복과 화목이란

요란스러운 큰일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일,사소한 일에

서로가 애정을 쏟고,

서로가 관심을 가질 때

그기에 행복과 화목이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