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2005. 12. 29. 23:42삶 속의 이야기들

 

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절친한 친구 있었다.

사는 것이 서로 바빠 한동안 만났지 못했다.


그러든 어느 여름날 그가 찾아왔다.

밤늦도록 둘이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로 하얀 밤을 새웠다.

식당에서, 포장마차로,

포장마차에 공원으로,

지나온 추억들을 안주로 삼아.


그리고 한 달 후,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산국립암센타라고.

왜 갔느냐고 했더니

간암이라고 했다.


일요일 일산으로 문병을 갔다.

복수가 조금 차 올라와 있었다.

보기에는 그리 중환자로 보이지 않았다.

요양만 잘하면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바로 그 시간 그의 처가 쪽 사람들이 문병을 왔다.

한참 울더니 모여서 다시 찬송가를 불러댔다.


그의 침대 앞에 푯말이 붙어 있었다.

<절대안정>이라고.

그들에겐 찬송가가 더 절실했나보다 여겼다.


겸연쩍게 뒷자리에 서 있기 민망하여

일요일 다시 오마 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3일 후

그의 아내로부터 울먹이는 전화가 왔다.

그가 죽었다고.

 

 

 

 

 

 


다시 일산으로 문병 대신 문상을 갔다.

그의 영전 앞에서

그의 마지막 말을 전해 들었다.


한두 번 배에 찬 복수를 뺀 후

다음날 의사가 다시 오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고만 둡시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러 그는 임종했다고 한다.


그는 보았을까?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래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 어느 날 저승사자가 나를 찾아온다면

나도 친구처럼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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