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1. 24. 07:23ㆍ조사어록과 잠언
여보게 친구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벹어 내고 …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벹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냥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네.
삶이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제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치시든 서산대가가 85세 나이로 운명하시기 직전에 위와 같은 시를 남기고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가부좌로 잠든 듯 입적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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